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지원하는 아날로그 IP 중개연구단은 지난해 7월 설립됐다. 현재 김병섭 포스텍 교수를 연구단장으로 7명의 교수와 61명의 연구진이 실용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문인력의 수작업을 자동화 SW로 만드는 것 자체가 상당한 난도고, 공정 방식에 따라 설계가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한 번 제작하면 수정이 거의 불가능한 점도 연구단의 발목을 잡은 요소였다. 그는 “첫 테스트 칩을 만들 때부터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수백만 개 트랜지스터를 배치하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움을 뚫고 만들어낸 첫 자동화 SW는 8개월 만에 탄생한 ‘역작’이었다. 수작업으로 한 달 넘게 걸리던 아날로그 회로 설계를 수십 초로 줄였다. 김 교수는 “기간이 짧아 기술이전 사례는 없지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SW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며 “최소 수백 배 이상의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업계에는 가치가 더 큰 기술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해마다 1500명 상당의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김 교수는 “인력은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들쭉날쭉한 정책 변화로 대기업조차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연구단이 만든 SW는 이런 인력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밝혔다.
연구 분야는 더욱 확장한다. 메모리 모듈에 사용되는 인터페이스, 디스플레이용 인터페이스, 그리고 자율주행차에서 사용하는 라이다(LiDAR) 센서의 회로 기술도 설계 자동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상당수가 국산화하지 못한 기술”이라며 “해외로부터 칩 공급이 중단될 경우 관련 산업이 멈출 수도 있는 중요한 분야들”이라고 했다. 이어 “배치설계 자동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