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던 관세를 철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도입했던 관세를 없애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미국은 앞서 유럽연합(EU), 일본과도 유사한 합의를 이뤘다. 반면 한국과의 협상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은 22일(현지시간) 철강 등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영국산 철강 제품 50만t(연간 기준)에 6월부터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영국산 알루미늄 제품은 연간 2만1600t까지 무관세다. 이에 영국도 위스키, 농산물, 소비재 등 5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며 2018년부터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영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마찰이 빚어졌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위해 철강 등의 관세 폐지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EU 역내의 철강 제품에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 연간 430만t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TRQ란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그 이상에는 기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일본과도 유사한 합의를 이뤄 다음달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와 관련한 협상이 진행될지 여부는 아직까지도 불분명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 16일 SK실트론의 미시간주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계획이 당분간 없음을 시사했다. 타이 대표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 제한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국은 2018년 협상 당시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피하는 대신 수출량을 직전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었던 한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량은 쿼터제 이후 200만t대로 줄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