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통화정책 완화정도 계속 줄여나가야"…마지막까지 금리인상 강조
이달 말 8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까지 금리인상을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송별간담회에서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며 "우리는 지난해 8월 선제적으로 대응해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은 과거 정책운용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 날로 확대되고 있는 중앙은행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할 경우 기본책무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을 지키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지만, 양극화 불평등 환경 파괴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8년간 다사다난했다고 회고했다. 2014년 취임 보름 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가 잇따랐다. 또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며 "제가 주재한 금통위 회의를 세어보니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만 총 76회로, 이중 고심 없이 쉽게 이루어진 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여러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라는 게 정확한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더욱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