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4월초 사망·중증 정점되면 초과사망 규모도 커질 것"
정부 "코로나 사망 진단 저해하는 동기 없다"
코로나 숨겨진 사망도 급증…"간접사망 포함시 누적 3만명 추정"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 구간을 지나면서 코로나19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공식 집계로 파악되는 사망자·위중증 환자 외에도 숨겨진 사망자·환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0시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만3천432명인데, 실제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사망자는 누적 3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통계청 인구동향을 보면,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병상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해 12월 사망자 수는 3만1천634명이다.

코로나19가 유입되기 전인 2017∼2019년 12월 사망자 수(2만6천883명-2만6천523명-2만6천722명)보다 5천명 가까이 급증했다.

2020년 12월(2만6천866명)과 비교해도 4천768명 많다.

인구 고령화 추이를 고려해도 큰 차이다.

코로나19로 통상 사망자 증가 추이를 벗어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초과 사망'이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 외에도 코로나19 완치 후 합병증으로 사망한 환자,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한 환자 등이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사례다.

코로나19 환자로 병상이 부족해서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 의료진이 확진돼 수술·치료가 미뤄져 상태가 악화하고 사망한 사례 등도 있을 수 있다.

사망자 급증으로 최근에는 전국 화장장 부족 사태도 발생했다.

평소 가동률로는 급증한 화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하루 화장 처리 건수를 1천건에서 1천400건 정도로 증대하는 조치를 했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세계 187개국의 코로나19 관련 총 사망자가 1천800만여명으로, 공식 코로나19 사망 집계치(594만명)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집계된 사망자의 2∼3배일 수 있다.

누적 사망자는 최소 3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17일 429명으로 역대 하루 발생 최다를 기록한 이후 5일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고, 이날은 291명으로 집계됐다.

주간 평균 사망자는 340명이다.

김 교수는 통상 사망·중증 환자 증가가 확진자 수 증가 2∼3주 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지금의 사망자 수는 하루 신규확진자가 20만명대였을 때를 반영한다"며 최근 유행 규모가 커진 만큼 초과사망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관련 사망 분류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사망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의료현장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며 "현장 의료진들이 사례에 따라 판단해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는 사후 확진을 허용하고 있고, 코로나19 사망으로 확인되면 장례비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망 진단을 저해하는 동기는 없다.

오히려 유인 동기가 있는 셈이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려지는 부분은 상당히 작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부터 신규확진자는 40만∼60만명대로 급증한 상태다.

김 교수는 하루 사망자가 600∼900명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지난 8일 이후 1천명 이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날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64.4%(2천825개 중 1천819개 사용)를 기록했다.

이달 말∼다음 달 초 사망자·위중증 환자 발생의 정점이 형성되면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위중증 환자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대략 2천명 내외까지도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의료체계도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 코로나19 증상은 약하지만 기저질환 치료가 필요한 확진자 등을 격리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에서 계속 치료하도록 하는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증병상 입원자 중에서도 증상이 덜 중하다고 평가되면 권고 절차 없이 바로 퇴실 명령을 내리는 등의 병상 효율화 정책도 도입했다.

그러나 기저질환자를 일반병실에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반장은 "기저질환 확진자를 일반병실에서 치료할 때는 감염관리수칙들을 지켜야 한다"며 "모든 병원이 따르는 수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병원의 상황과 인력 운영 방식 등에 따라 병동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전담 병상을 확충해야 사망자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권역별 감염병 전담병원 5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한정된 병상에서 일반 환자도 보고 코로나19 환자도 보니까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은 조선대병원(호남권), 순천향대천안병원(충청권), 양산부산대병원(경남권), 칠곡경북대병원(경북권), 분당서울대병원(수도권) 등이며, 이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11일 선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