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한 군은 지난 1월 26일 오후 9시께 인천 길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식은땀과 구토에 이은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로 살려 놓으면 다시 심정지가 반복됐다.
의료진 관계자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간격으로 심정지가 계속되면서 6차례나 반복했다”며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강심제, 혈압을 높이는 승압제 등 심장치료 약물을 투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한 군의 심장은 심장의 전기적 신호 전달체계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느린맥(완전방실차단)으로 인한 심정지와 빠른맥(심실빈맥, 심실세동)으로 인한 심정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태였다. 심장 근육에 염증성 물질이 침범해 심근염이 발생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의료진의 임시 심박동기 삽입으로 더 이상 심정지는 발생하지 않았고 혈압도 비교적 안정을 찾았다. 심장 초음파에서도 심장의 수축력이 유지됐다. 의료진은 “심장 초음파를 시행해보니 불과 몇 시간 전에 비해 심장이 거의 뛰지 않는 중증 심장성 쇼크 상태였다”며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가 나쁜 ‘전격성 심근염’으로 판단돼 지체 없이 체외 심폐 순환기(에크모) 시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뒤, 펌프를 통해 환자에게 다시 넣어 혈류를 순환시켜 주는 생명 유지 장치다.
에크모 치료를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 한 군의 심장 기능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심장, 폐,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돼 지난달 3일 에크모를 제거하고 다음 날엔 인공호흡기까지 제거할 수 있었다.
한 군의 가족은 평소 건강했던 아들이 갑자기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응급실에 입원하기 3주 전인 1월 3일 코로나 백신 접종의 후유증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 군의 어머니는 “아들은 백신 접종 후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다"며 "같은 달 25일 찾아간 동네병원에서 염증 수치가 높다는 설명을 듣고, 다음날 상태가 더 악화해 저녁 응급실로 옮겼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간 지 몇 시간 만에 심정지가 오면서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게 가족의 설명이다.
한 군의 가족은 병원 측의 협조를 얻어 질병관리청에 백신 부작용 신청을 한 상태다. 방역 당국은 한 군과 가족들을 방문해 백신접종 후 증상 등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한 군의 어머니는 "아들은 지난달 26일 퇴원했지만, 온종일 학교 수업을 받는 게 무리일 정도로 건강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