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2조라던 보로노이는 왜 IPO에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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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몸값 낮췄지만 기관투자가 외면
수요예측 실패로 결국 상장 철회
저금리, 유동성 기회로 몸집 불려
주주들은 공모가 하향 조정 반발
몸값 낮췄지만 기관투자가 외면
수요예측 실패로 결국 상장 철회
저금리, 유동성 기회로 몸집 불려
주주들은 공모가 하향 조정 반발
할인마트에서 세일 상품을 샀는데 나중에서야 판매가격이 부풀려진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제품은 설명서와 달랐고 되팔려고 보니 구매가격보다 값이 내려가 손해가 막심하다. 이런 일을 여러 번 당한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요즘 공모주 시장에 나온 바이오 기업을 대하는 투자가들의 태도에 그 답이 있다.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는 지난 14~1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투자가들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모가격은 '반값 세일' 수준이었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서 기업가치를 최대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700억~8700억 원이었다. 공모가가 하단으로 결정되면 기업가치의 절반 가격에 주식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기관투자가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모가가 싸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공모가가 높다고 인식될 경우, 둘째 업종의 성장성이 낮거나 기업 자체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경우, 셋째 구주매출 비중이 클 경우다. 보로노이는 최근 2년간 굵직한 기술 수출에 잇달아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구주매출도 없었기에 첫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공모가가 적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까. 신라젠 사태 여파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내 증시 불안전성 확대, 공모주 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바이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수백억 원 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지만 성공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헬릭스미스 제넥신 브릿지바이오 등 1세대 바이오 벤처들은 상장 후 약 20년간 증시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시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과 같은 기업들은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는 "투자자들도 한 두 번 속지 더는 믿지 않는다"며 "'이제 바이오는 상장시켜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수조 원 대까지 치솟으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데 있다. 어떻게든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계속해서 호재를 '띄워' 주가를 올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이제 바이오 기업들은 시리즈A부터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 밑에서부터 투자금을 쌓아 올려 기업가치를 최대치로 높인 다음 상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게 됐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은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을 불려주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벤처캐피털(VC)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또 다른 투자자를 불러왔고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밀려드는 투자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가치는 계단식으로 수직 상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보로노이를 비롯해 지아이이노베이션 루닛 디앤디파마텍 등 기업가치가 수천억 원 이상인 바이오 기업들이 생겨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보로노이는 올 상반기 상장이 예정됐던 바이오 기업 중 최대어로 꼽혔다. 2016년부터 5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다. 마지막 단계에 참여한 투자자는 기업가치 1조2000억원, 주당 12만원 이상에 주식을 매입했다.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공모가격을 높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보로노이는 기술성 평가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전력이 있어서 상장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IPO 시장이 최대 호황기였던 때 상장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재무적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 최근 1년 내 4건의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 중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낸 곳은 드물다.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기술 수출하기에 아까운 파이프라인도 있었지만, 상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2024년 당기순익 추정치(771억원)에 연 할인율 25%를 적용한 다음 주가이익비율(PER) 28.03배를 곱해 나온 결과다. 일반적으로 PER 방식은 이익을 내는 기업에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벤처 중 적자가 아닌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로노이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결손금 969억원, 부채비율은 244%로 재무 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재무 구조가 안정적인 제약사들을 내세워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보로노이의 기업가치 산정 시 적용된 PER 28배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녹십자, 한독, 보령제약 등 6개 제약사의 평균 PER이다. 이 말은 보로노이가 국내 제약사와 비슷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2년 뒤 당기순익 771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시점에서 기업가치를 1조원 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에는 현재 개발 중인 8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모두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회사 측은 개별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기술수출 시 계약 금액을 추정한 다음, 임상 1상 완료 전 단계는 총계약 규모의 4.5%, 1상 완료 이후에는 2.0%를 적용해 기술료 수익을 계산했다. 여기에 사용된 모든 수치가 추정치다. 기술수출에 실패할 수도 있고, 기술이전은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중도에 반환될 수도 있으며, 기대했던 것만큼 기술료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8개 중 하나가 글로벌 빅 파마에 팔리는 '잭팟'이 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성공보다 높은 실패 확률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바이오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 전망치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쉽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영업수익 131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153억원을 냈다. 내년에는 영업수익이 올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428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2억원 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에는 영업수익 116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700억원 대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년 만에 매출은 9배, 순익은 5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기술수출 경험과 기술력을 믿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회사 측은 총 4건의 기술수출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이 중 1%인 200억원대에 불과하다. 임상 1상 단계에서 수출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비임상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언급했듯 임상 1상 이전 단계에서 수령할 수 있는 기술료 수익은 전체의 4.5%, 완료 시 2%에 불과하다. 임상 2상이 끝나야 기술료 수익이 증가한다. 물론 임상 2~3상에 진입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로노이가 제시한 파이프라인별 임상 성공확률은 12.4~15.4%였다. 예를 들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EGFR C797S는 순현재가치가 11조, 여기에 임상 성공확률(13.2%)과 기술료 비율(40%)을 곱해 총거래 가치를 5900억원으로 산정했다. 보로노이는 2024년 EGFR C797S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6.5%의 기술료 수익인 380억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파이프라인의 예상 수익료를 더해 미래 이익을 도출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보로노이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로노이는 지난 16일 상장을 철회한 이후 장외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로노이는 상장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유지되는 6개월 내 상장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자에 적용되는 유니콘 특례 요건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상장을 재추진할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선회한다면 기술성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본적인 공모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주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1~2년 뒤 기업가치를 더 높인 다음 시기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단계가 진전되고 추가 기술이전 성과가 나타나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어떤 바이오 회사도 예전과 같은 잣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오 산업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성과를 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요즘 공모주 시장에 나온 바이오 기업을 대하는 투자가들의 태도에 그 답이 있다.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는 지난 14~1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투자가들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모가격은 '반값 세일' 수준이었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서 기업가치를 최대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700억~8700억 원이었다. 공모가가 하단으로 결정되면 기업가치의 절반 가격에 주식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기관투자가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모가가 싸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공모가가 높다고 인식될 경우, 둘째 업종의 성장성이 낮거나 기업 자체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경우, 셋째 구주매출 비중이 클 경우다. 보로노이는 최근 2년간 굵직한 기술 수출에 잇달아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구주매출도 없었기에 첫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공모가가 적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까. 신라젠 사태 여파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내 증시 불안전성 확대, 공모주 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바이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수백억 원 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지만 성공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헬릭스미스 제넥신 브릿지바이오 등 1세대 바이오 벤처들은 상장 후 약 20년간 증시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시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과 같은 기업들은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는 "투자자들도 한 두 번 속지 더는 믿지 않는다"며 "'이제 바이오는 상장시켜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수조 원 대까지 치솟으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데 있다. 어떻게든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계속해서 호재를 '띄워' 주가를 올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이제 바이오 기업들은 시리즈A부터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 밑에서부터 투자금을 쌓아 올려 기업가치를 최대치로 높인 다음 상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게 됐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은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을 불려주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벤처캐피털(VC)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또 다른 투자자를 불러왔고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밀려드는 투자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가치는 계단식으로 수직 상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보로노이를 비롯해 지아이이노베이션 루닛 디앤디파마텍 등 기업가치가 수천억 원 이상인 바이오 기업들이 생겨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보로노이는 올 상반기 상장이 예정됐던 바이오 기업 중 최대어로 꼽혔다. 2016년부터 5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다. 마지막 단계에 참여한 투자자는 기업가치 1조2000억원, 주당 12만원 이상에 주식을 매입했다.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공모가격을 높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보로노이는 기술성 평가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전력이 있어서 상장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IPO 시장이 최대 호황기였던 때 상장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재무적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 최근 1년 내 4건의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 중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낸 곳은 드물다.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기술 수출하기에 아까운 파이프라인도 있었지만, 상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2024년 당기순익 추정치(771억원)에 연 할인율 25%를 적용한 다음 주가이익비율(PER) 28.03배를 곱해 나온 결과다. 일반적으로 PER 방식은 이익을 내는 기업에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벤처 중 적자가 아닌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로노이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결손금 969억원, 부채비율은 244%로 재무 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재무 구조가 안정적인 제약사들을 내세워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보로노이의 기업가치 산정 시 적용된 PER 28배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녹십자, 한독, 보령제약 등 6개 제약사의 평균 PER이다. 이 말은 보로노이가 국내 제약사와 비슷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2년 뒤 당기순익 771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시점에서 기업가치를 1조원 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에는 현재 개발 중인 8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모두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회사 측은 개별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기술수출 시 계약 금액을 추정한 다음, 임상 1상 완료 전 단계는 총계약 규모의 4.5%, 1상 완료 이후에는 2.0%를 적용해 기술료 수익을 계산했다. 여기에 사용된 모든 수치가 추정치다. 기술수출에 실패할 수도 있고, 기술이전은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중도에 반환될 수도 있으며, 기대했던 것만큼 기술료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8개 중 하나가 글로벌 빅 파마에 팔리는 '잭팟'이 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성공보다 높은 실패 확률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바이오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 전망치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쉽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영업수익 131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153억원을 냈다. 내년에는 영업수익이 올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428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2억원 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에는 영업수익 116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700억원 대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년 만에 매출은 9배, 순익은 5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기술수출 경험과 기술력을 믿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회사 측은 총 4건의 기술수출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이 중 1%인 200억원대에 불과하다. 임상 1상 단계에서 수출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비임상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언급했듯 임상 1상 이전 단계에서 수령할 수 있는 기술료 수익은 전체의 4.5%, 완료 시 2%에 불과하다. 임상 2상이 끝나야 기술료 수익이 증가한다. 물론 임상 2~3상에 진입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로노이가 제시한 파이프라인별 임상 성공확률은 12.4~15.4%였다. 예를 들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EGFR C797S는 순현재가치가 11조, 여기에 임상 성공확률(13.2%)과 기술료 비율(40%)을 곱해 총거래 가치를 5900억원으로 산정했다. 보로노이는 2024년 EGFR C797S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6.5%의 기술료 수익인 380억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파이프라인의 예상 수익료를 더해 미래 이익을 도출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보로노이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로노이는 지난 16일 상장을 철회한 이후 장외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로노이는 상장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유지되는 6개월 내 상장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자에 적용되는 유니콘 특례 요건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상장을 재추진할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선회한다면 기술성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본적인 공모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주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1~2년 뒤 기업가치를 더 높인 다음 시기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단계가 진전되고 추가 기술이전 성과가 나타나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어떤 바이오 회사도 예전과 같은 잣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오 산업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성과를 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