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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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시행된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의 앱 장터에서 자사 결제방식(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를 막는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구글의 행태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이 해당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는 것이 골자다. 구글 등이 특정 결제 방식을 통해 매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나온 조치다.

구글은 앱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간다. 구글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해당 법안의 통과를 막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작년 9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자사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결제 방식을 준수하지 않은 앱은 6월에 앱 장터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글은 ‘구글 갑질방지법’의 국회 통과 이후인 지난해 11월 ‘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 시스템’이라는 결제 방식에 추가했다.

휴대폰 결제, 무통장 입금, 문화상품권 등 기존 구글의 결제 방식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결제 수단을 붙일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다. 앱 개발자는 기존 결제 방식과 ‘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 시스템’ 둘 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

구글, 세계 최초 '구글 갑질방지법' 허점 뚫었나
국내 정보기술(IT)콘텐츠업계는 구글이 ‘구글 갑질방지법’을 어긴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앱에서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 등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음원서비스 멜론 등이 아웃링크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어떤 결제 방식이든 제한하지 않은 것이 ‘구글 갑질방지법’의 도입 취지”라고 강조했다.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구글의 행태가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구글이 한국 국내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구글에 전달하고 사실 조사를 검토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측에 앱 장터 운영 방식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최근 논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구글의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는 관련 논란에 대해 구글플레이 고객센터의 ‘대한민국 법률 항목’의 내용을 참고하라는 답변을 내놨다.

관련 규정에서 구글은 “최근 개정된 법률(구글 갑질방지법)에 따라 구글은 구글 플레이의 결제 시스템과 개발자 제공 인앱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두 가지 결제 방식이면 구글이 ‘구글 갑질방지법’을 지킨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와 구글 간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방통위가 구글이 ‘구글 갑질방지법’을 어겼다며 행정 제재를 할 경우 구글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구글 갑질방지법’의 관련 조항 해석이다.

해당 법에서는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구글이 두 가지 결제 방식을 제공한 것이 특정 결제 방식의 강제인지 선택권 보장인지가 법 위반 판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IT업계에서는 구글이 추가로 제공한 결제 방식에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글이 챙기는 수수료의 요율이 기존보다 4% 포인트 정도만 낮기 때문이다. 카드사 등의 결제 처리 대행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기존 수수료(30%)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구글 갑질방지법’의 법 위반 시 과징금 수준이 낮기 때문에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를 유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관련 매출의 최대 2%까지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매출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