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계획적 배출기준보다는 낮아 안전성에는 문제 없어"
민관합동조사단 중간결과 발표
월성원전 일부 지하수서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누설 의심"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부지 내 일부 지하수에서 꽤 높은 수준의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는 법적으로 정한 계획적 배출기준보다는 낮아 안전성에는 문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주관한 민관합동조사단은 23일 월성원전 부지 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벌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최근 5년간 원전 부지 내부의 빗물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ℓ)당 200∼1천㏃(베크렐) 수준인 점을 확인했다.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빗물 삼중수소 농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측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2019년 5월 2만8천200㏃/ℓ 검출된 WS-2 관측공에서는 2021년 6월 2천111㏃/ℓ, 2021년 12월 2천206㏃/ℓ이 검출됐다.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2천㏃/ℓ 이상 나왔다.

WS-2-1 관측공에서도 2021년 6월 3천36㏃/ℓ, 2021년 12월 2천966㏃/ℓ 나왔다.

WS-2-2 관측공에서는 2021년 6월 1만781㏃/ℓ, 2021년 12월 9천359㏃/ℓ 검출됐다.

WS-3 관측공에서도 2019년 3천800㏃/ℓ, 2021년 6월 3천240㏃/ℓ, 2021년 12월 3천182㏃/ℓ이 나왔다.

조사단은 "해수와 주변지역 지하수가 유입돼 삼중수소 농도가 희석됐음에도 여전히 고농도 삼중수소가 관측돼 해당 관측공 주변에 있는 지하매설 배관의 노후에 따른 누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일부 관측공 외에 다른 관측공에서는 삼중수소 농도가 1천㏃/ℓ 이하로 검출돼 빗물 영향 범위 안에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 적정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계획적 배출기준으로 4만㏃/ℓ을 적용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 권고 농도를 1만㏃/ℓ,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음용수 740㏃/ℓ, 일반용수 1천110㏃/ℓ을 적용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지하수와 관련해서는 5년간 지하수 농도 평균치를 적용하고 있다.

조사단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만큼 1천㏃/ℓ을 기준으로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조사단은 원전 시설의 방사성 물질 누출 의혹을 조사한 결과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외부 시공 이음부에서 극미량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수원은 올해 1월 보수를 마쳤다.

그 이후 누수 현상은 사라진 상태다.

조사단은 사용후연료저장조 벽체 외부 흙에서 방사성 세슘이 최대 370㏃/ℓ 검출된 것과 관련해 1997년 보수 때 완전하게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 맨홀에 고인 물에서 배출관리기준인 ℓ당 4만㏃을 훨씬 넘는 ℓ당 71만3천㏃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단 실험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조사단이 월성원전 주변 37곳에서 지하수, 지표수, 토양의 방사성물질 검출을 분석한 결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전 주변 주민 360명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최대 118㏃/ℓ로 나왔고 이 가운데 상위 10%를 다시 조사한 결과 최대 10.4㏃/ℓ로 나왔다.

118㏃/ℓ이 나온 대상자는 원전 종사자로 퇴직한 이후 이뤄진 2차 조사에서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1명의 원전 종사자를 제외하면 1차 조사에선 39.3㏃/ℓ, 2차 조사에선 10.2㏃/ℓ이 가장 높은 농도였다.

39.3㏃/ℓ은 연간 방사선 노출선량으로 따지면 0.0008m㏜(밀리시버트)로 연간 식품 자연방사선 노출선량 0.49m㏜보다 극히 적은 수치다.

주민건강 영향 분석을 맡은 강건욱 서울대병원 교수는 "삼중수소는 대부분 대소변으로 배출돼 10일 이상 지나면 절반 정도로 줄고 일부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오랜 시간 걸리기는 하지만 축적된다고 볼 수 없어 미량의 삼중수소 농도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