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럽 정상들을 만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다. 동유럽 내 미군 군사력을 강화하거나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전 유럽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유럽 에너지 안보 강화 논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순방 때 파트너들과 함께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유럽으로 향한다.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으로 NATO 회의에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 기간에 NATO 회원국의 군사력 배치를 장기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동맹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그동안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다른 에너지 생산국과 협의해왔다”며 “이와 관련한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원유 공급 중단하기로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하루 앞두고 유럽으로 가는 송유관을 차단한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타스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에너지담당 차관이 하루 최대 1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을 최대 2개월간 중단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폭풍으로 파손된 화물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송유관 운영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앞으로 유럽 등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산 가스를 팔 때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이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약 1주일이 걸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사오면서 주로 유로화로 결제했다.

러시아는 핵무기로도 위협했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며 “러시아를 계속 압박하면 세계는 핵 재앙의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경제의 개혁가로 평가받는 아나톨리 추바이스는 최근 직책을 내려놓고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 밑에서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전담하는 특별 대표직을 맡았던 추바이스가 최근 사임했다고 전했다. 추바이스는 1990년대 러시아 경제 민영화 계획의 설계자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로이터는 “추바이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리에서 물러난 가장 고위급 인사”라고 했다.

러시아는 24일부터 주식시장 거래를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VTB,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등을 포함한 33개 종목의 거래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날부터 주식 공매도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 여파로 큰 타격을 받자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주식 거래를 중지해 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