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독일과 영국, 발트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유럽의 방위체제가 격변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현실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리 없다’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이 어디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무엇을 수입하며, 전쟁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회원국들은 미국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국경 지대에는 더 많은 병력을 배치했다. NATO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헬리콥터, 전투기, 탱크를 비롯해 약 3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도 했다.

독일은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1000억유로(약 134조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발트3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NATO에 장거리 대공 방어체계뿐 아니라 영구적인 주둔 기지 설립을 요청하고 있다. 리처드 배런스 전 영국 합동군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의 국방력이 회복되고 있다”며 “유럽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럽의 정세 또한 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충격과 러시아군에 격렬히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감동은 희미해질 것”이라며 “NATO의 단합력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계속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집단 제재에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전쟁에 그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합참의장 특별보좌관 출신인 마이클 마자르는 “최근 미국의 행보는 유럽의 안보질서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운다”며 “강대국 간의 평화는 현상 유지를 위한 상호 합의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