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방역완화, 먹는 약 품귀…코로나 사망률 OECD 2위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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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K방역
방역 고삐 풀린데다 변이 확산
위중증 급증에 병상은 부족
먹는 치료제 처방받기 힘들어
100만명당 사망자 6.63명
국가별 정점 시기와 비교해도
이탈리아·프랑스·영국보다 많아
방역 고삐 풀린데다 변이 확산
위중증 급증에 병상은 부족
먹는 치료제 처방받기 힘들어
100만명당 사망자 6.63명
국가별 정점 시기와 비교해도
이탈리아·프랑스·영국보다 많아
한국의 10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로 올라섰다. ‘확진자 1위’에 이어 ‘사망자 2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된 것이다. 영국·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의 ‘오미크론 정점기 사망자 수’도 뛰어넘었다. 의료계에선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부족, 성급한 방역 완화 등이 사망자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년간 집계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만3432명. 이 중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 1월 16일부터 발생한 사망자는 7122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두 달 새 나온 것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내에서 단일 감염병으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적은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사망자 증가세가 당분간 꺾일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2주 뒤부터 사망자가 늘기 시작한다. 최근 하루 300~400명대 사망자가 나오는 건 2주 전 ‘하루 확진자 20만 명대’였을 때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하루 확진자가 40만~50만 명대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사망자가 600~900명대로 치솟을 수 있다”(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발(發) 5차 대유행의 피해가 커진 1차적인 이유로 ‘확진자 억제 실패’를 꼽는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사망자가 느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0만 명당 7790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절대적인 확진자 수도 세계 1~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4차 대유행 때 해외보다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과 대비된다. ‘1~4차 때 강력한 방역을 통한 확진자 억제→자연면역 감소→오미크론 유행 때 확진자 급증→사망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줄어들면 시차를 두고 사망자도 줄어들 텐데 이미 확정된 피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현장과 괴리된 처방 지침도 문제다. 정부는 아직도 대학·종합병원 외래환자들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팍스로비드를 받으려면 생활치료센터·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받아야 한다. 정부는 뒤늦게 “대학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담당부서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섣부른 방역 완화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세 번에 걸쳐 사적모임 인원, 영업시간 규제 등 거리두기 지침을 풀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에선 “최소한 정점을 찍은 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방역 조치를 풀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결과론적인 비판이고, 강한 방역을 유지했더라도 완화하는 순간 결국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유행을 한 번은 겪게 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미국 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긴급 승인했다. 라게브리오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코로나19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하루 사망자 600~900명대 나올 수도”
23일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국의 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사망자는 인구 100만 명당 6.63명이었다. OECD 38개국 중 헝가리(7.27명) 다음으로 많았다. 국내 오미크론 유행이 해외보다 뒤늦게 본격화한 것을 감안해도 사망자 규모는 크다. 이미 오미크론 유행이 지나간 국가들의 ‘사망자 정점’ 규모를 살펴보면 이탈리아는 인구 100만 명당 6.22명, 영국은 4.00명, 일본은 1.86명이었다.지난 2년간 집계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만3432명. 이 중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 1월 16일부터 발생한 사망자는 7122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두 달 새 나온 것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내에서 단일 감염병으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적은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사망자 증가세가 당분간 꺾일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2주 뒤부터 사망자가 늘기 시작한다. 최근 하루 300~400명대 사망자가 나오는 건 2주 전 ‘하루 확진자 20만 명대’였을 때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하루 확진자가 40만~50만 명대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사망자가 600~900명대로 치솟을 수 있다”(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발(發) 5차 대유행의 피해가 커진 1차적인 이유로 ‘확진자 억제 실패’를 꼽는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사망자가 느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0만 명당 7790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절대적인 확진자 수도 세계 1~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4차 대유행 때 해외보다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과 대비된다. ‘1~4차 때 강력한 방역을 통한 확진자 억제→자연면역 감소→오미크론 유행 때 확진자 급증→사망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확진자가 줄어들면 시차를 두고 사망자도 줄어들 텐데 이미 확정된 피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현장과 괴리된 처방 지침
사망자 증가 자체는 불가피한 수순이었지만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사망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품귀 사태가 대표적이다. 고위험군 환자는 코로나19 초기에 팍스로비드를 먹으면 위중증 진행이나 사망을 89%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령층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팍스로비드 처방량이 급증하자 현장에선 ‘약이 부족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먹기 시작해야 하는데 제때 약을 구할 수 없어 처방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현장과 괴리된 처방 지침도 문제다. 정부는 아직도 대학·종합병원 외래환자들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팍스로비드를 받으려면 생활치료센터·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받아야 한다. 정부는 뒤늦게 “대학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담당부서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섣부른 방역 완화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세 번에 걸쳐 사적모임 인원, 영업시간 규제 등 거리두기 지침을 풀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에선 “최소한 정점을 찍은 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방역 조치를 풀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결과론적인 비판이고, 강한 방역을 유지했더라도 완화하는 순간 결국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유행을 한 번은 겪게 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미국 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를 긴급 승인했다. 라게브리오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코로나19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