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 관점에서 통상정책 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유무역 흔들·관리무역 화두로
경제·통상 연계 '산업통상' 중요
민·관 협력 통상체제 구축해야"
안세영 서강대 명예교수
경제·통상 연계 '산업통상' 중요
민·관 협력 통상체제 구축해야"
안세영 서강대 명예교수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당면할 국제통상 환경에 엄청난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무역의 기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자유무역이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중국 경제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선순환 덕분이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시작된 미·중 패권 전쟁으로 ‘윈-윈 게임’의 환상이 완전히 깨졌다. 허울 좋은 자유무역으로 온갖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중국만 덕을 보고 미국은 손해를 봤다. 워싱턴의 뒤늦은 깨달음이다. 이에 미국은 강력한 ‘미·중 갈라서기(decoupling)’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과거 국제통상의 화두였던 무역 자유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 전쟁 같은 관리무역의 냄새가 물씬 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통상 아젠다는 실물경제와 대외 통상이 연계된 ‘산업통상’이다. 요즘 워싱턴의 스타는 국제무역과 통상을 뒤흔드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기업, 문 닫을 수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가 요동치고 베이징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기기 등 전략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 기업 제재, 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경제협정 추진, 군산복합 중국 기업 제재 같은 굵직한 통상 아젠다를 선점하는 부처가 바로 산업과 기술을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중 패권 전쟁의 전략산업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한국 반도체에 대해선 워싱턴과 베이징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생큐!’를 연발한 것은 ‘K외교’가 아니라 ‘K반도체’ 덕분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새 정부는 ‘민·관 협력 통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LG화학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서는 기업의 글로벌 경영 전략과 정부의 산업통상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민간 자율을 그렇게 강조하는 미국도 인텔이 추진하던 중국 반도체공장 증설 계획을 안보상 이유로 무산시켰다.
지금 워싱턴의 관심은 무역 자유화가 아니다. 투자와 일자리를 위한 통상이고,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대응하는 산업동맹 구축이다. 미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주요 관심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출 통제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협력 체제의 구축이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중국과도 원만한 통상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혹시 외교적으로 베이징과의 관계가 일시 경색하더라도, 과거 사드 보복 때처럼 그 불똥이 우리 기업에 번지지 않도록 하는 절묘한 대중(對中) 산업통상 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오늘날 두 나라의 역학관계는 과거 사드 보복 때와 다르다. 미·중 패권 전쟁과 K반도체 때문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에 대한 압박으로 중국 반도체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다. 그나마 기댈 곳이 한국 반도체산업이다. 정교한 산업통상 전략을 펼치면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의 폭풍우에서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과제가 산업통상의 영역에 속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간 기업-산업-기술-통상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산업통상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았다. 새 정부의 통상조직 개편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통상 체제에 기술 통상, 에너지 통상 기능을 보완하고 청와대에 통상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배경에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통상 아젠다는 실물경제와 대외 통상이 연계된 ‘산업통상’이다. 요즘 워싱턴의 스타는 국제무역과 통상을 뒤흔드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기업, 문 닫을 수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가 요동치고 베이징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기기 등 전략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 기업 제재, 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경제협정 추진, 군산복합 중국 기업 제재 같은 굵직한 통상 아젠다를 선점하는 부처가 바로 산업과 기술을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중 패권 전쟁의 전략산업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한국 반도체에 대해선 워싱턴과 베이징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생큐!’를 연발한 것은 ‘K외교’가 아니라 ‘K반도체’ 덕분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새 정부는 ‘민·관 협력 통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LG화학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서는 기업의 글로벌 경영 전략과 정부의 산업통상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민간 자율을 그렇게 강조하는 미국도 인텔이 추진하던 중국 반도체공장 증설 계획을 안보상 이유로 무산시켰다.
지금 워싱턴의 관심은 무역 자유화가 아니다. 투자와 일자리를 위한 통상이고,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대응하는 산업동맹 구축이다. 미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주요 관심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출 통제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협력 체제의 구축이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중국과도 원만한 통상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혹시 외교적으로 베이징과의 관계가 일시 경색하더라도, 과거 사드 보복 때처럼 그 불똥이 우리 기업에 번지지 않도록 하는 절묘한 대중(對中) 산업통상 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오늘날 두 나라의 역학관계는 과거 사드 보복 때와 다르다. 미·중 패권 전쟁과 K반도체 때문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에 대한 압박으로 중국 반도체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다. 그나마 기댈 곳이 한국 반도체산업이다. 정교한 산업통상 전략을 펼치면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의 폭풍우에서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과제가 산업통상의 영역에 속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간 기업-산업-기술-통상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산업통상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았다. 새 정부의 통상조직 개편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통상 체제에 기술 통상, 에너지 통상 기능을 보완하고 청와대에 통상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