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폐지론 선 긋고 힘 실어줘…정세 관리 목적도 있는듯
北과 미세먼지·기후 등 '그린데탕트' 협력 언급…이산상봉 등 적극 추진
대북 강경 아니라며 협력이슈도 제시…윤석열표 대북정책 주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3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하지 않다면서 북한과 협력할 다양한 의제를 내놓아 주목된다.

선제타격론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 북한을 겨냥해 내놓았던 여러 발언들을 고려하면 상당히 유연해진 것이다.

안보 이슈로 상대 진영과 차별성을 부각하던 후보 때와 달리 당선인 신분으로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는 23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브리핑을 통해 향후 새 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을 짐작할 만한 사항들을 공개했다.

우선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묻지도 않았는데 '대북 기조가 강경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리라는 일반적 관측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직접 수위 높은 비난을 하는 등 북한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물론 인수위는 이날도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 남북관계 정상화" 등을 언급했다.

'원칙'을 강조한 것은 북한을 대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드물 것이란 점을 시사하며, 남북관계 정상화는 지금은 북한에 끌려다니는 비정상적 상황이란 인식에서 나온 표현으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강경하지 않다'고 한 것은 새 정부도 북한이 변한다면 충분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있다는 관측이다.

인수위가 통일부 해체에 선을 긋고 부처 고유 기능인 교류협력과 인도주의 지원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힘을 실어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구체적인 남북교류협력 모델도 언급됐다.

미세먼지·재해재난·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과 산림·농업·수자원 협력 등 남북 그린데탕트 추진 등이 제시됐다.

비핵화 이슈에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이 의지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제재를 피해 협력이 가능한 사안들로 보인다.

대북 강경 아니라며 협력이슈도 제시…윤석열표 대북정책 주목
새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협력 사안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현 정부에서도 한미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적극 추진했지만 북한이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에서도 각각 2회씩 성사된 바 있긴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탈피해야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다.

새 정부가 어떻게 나오든 현재로선 북한이 협력에 관심을 둘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언제라도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려는 분위기로, 실제 이런 도발을 감행한다면 새 정부도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삽시간에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인수위는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과 국군 포로와 납북자·억류자 송환 문제 등도 언급했는데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이다.

북한인권재단의 경우 이사 추천에 대한 여야의 갈등으로 수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새 정부 출범 후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장관 몫의 재단 이사를 임명하면서 국회에 이사 추천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