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탄소제로·포항 K배터리…지역경제 심장이 뛴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인 울산과 경북 포항이 힘찬 재도약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기존 산업도시 구조에서 과감히 벗어나 저비용 고효율의 저탄소 중심 도시로의 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고유가 등 어떤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기에 강한 강소도시’체제를 구축하는 게 핵심 요체다.

울산, 저탄소 에너지 중심 도시로 도약

울산 탄소제로·포항 K배터리…지역경제 심장이 뛴다
1962년 2월 3일 울산 남구의 조용한 어촌인 매암동 납도마을(지금의 효성 울산공장 동쪽 언덕)에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당시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던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이날 한국 최초의 국가공업단지인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열고 한국 중화학공업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울산은 대한민국 제1의 산업도시로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는 변화를 했다.

울산의 연도별 수출은 공업센터 지정 이후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1962년 26만달러에 불과하던 울산 수출은 1974년 3억달러, 1977년 10억달러, 1992년 100억달러, 2006년 500억달러 돌파에 이어 2011년 1000억달러로 승승장구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산업이 국가 중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울산은 자연스럽게 국내 제1의 부자 도시로 자리잡았다.

울산시는 울산이 전국 최초의 국가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60주년을 맞아 낡고 오래된 산업단지를 첨단화하고, 신성장 전략 업종 유치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에 나서 새로운 미래 50년을 열어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은 높이고 부유식 해상풍력, 원전해체, 수소산업 등 신산업은 육성 기반을 마련해 산업 수도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풀어야 할 숙제

하지만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울산 경제를 먹여 살리던 수출은 2011년 전국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던 영광을 뒤로한 채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울산 수출은 2016년 652억달러, 2020년 561억달러, 2021년 743억달러 등으로 좀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세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울산은 2015년 11월 117만4051명을 정점으로, 이후 지역 산업 침체에 따른 인구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해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 감소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구 절벽’이 심각하다.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울산 인구(내국인 기준)는 2020년 12월 말 113만6017명에서 지난해 12월 말 112만1592명으로, 1년간 1.27%(1만4425명) 감소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런 위기의 해법을 부유식 해상풍력과 수소에너지 등 저탄소 경제에서 찾고 있다. 송 시장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탈탄소 경제를 만들어 과거 국내 제1의 부자 도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산업 한계 극복 나선 포항

국내 제1의 철강도시 포항도 새로운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1968년 포항 영일만에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이후 포항 시민과 단 한 번도 갈등을 빚은 적이 없던 포스코는 올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본사 주소 문제로 극한 홍역을 치렀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서울 설립을 두고 지역사회가 강력 반발한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하며 정치적 압박까지 더해진 결과다.

포스코는 결국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철회하고 소재지를 포항으로 옮기기로 했으며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에 두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포항제철소 설립자인 청암 박태준 회장의 뜻을 새롭게 기리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은 “1968년 철강 불모지에 포항종합제철을 설립해 한국의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 내고, 교육보국에 헌신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을 설립한 청암 정신이야말로 포항 시민이 이어나가야 할 신념이자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철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차전지 소재와 바이오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차전지 소재 상용화, 배터리 자원순환, 탄소밸리로 이어지는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해 포항을 ‘K배터리 특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