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스퀼러'는 가공할만한 캐릭터다. 독재자 나폴레옹의 오른팔로, 여론 조작과 선동에 능하다. 나폴레옹의 정적 스노볼을 제거하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린다. 스노볼이 사실은 배신자이고, 인간 편이라는 것이다. 스노볼 제거 후엔 나폴레옹 체제 유지를 위한 통계 조작과 선동, 세뇌 분야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다.

현 집권 586세력 중엔 스퀼러 같은 '물건'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대자보를 쓰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대자보 핵심은 선명한 한 줄의 선동적 구호다. 심장을 뛰게 하는 한 줄 메시지에 시위 참가자 수가 달라진다.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구호를 통해 조직과 세력을 키우는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한국은 '괴담 공화국'이다. 아니면 말고식 거짓 선동과 악의적 허위 사실이 난무한다. 이런 괴담은 우연이 아니라 대부분 치밀한 계획 아래 조직적으로 만들어진다.

2006년 경부고속철도 사업때 환경가들과 좌파 지식인들은 천성산 터널이 뚫리면 도룡뇽들이 다 죽는다며 머리띠를 둘러매고 공사를 막아섰다. 사업은 1년여 지연됐고, 2조5161억원의 손실(대한상공회의소 추산)을 냈다. 천성산 늪엔 지금 도룡뇽들이 득실거리고 있고, 그때 공사를 막았던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공중파 방송이 종교인,시민단체과 손잡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을 퍼뜨렸다. 가공할만한 한 줄 여론에, 초등학생들까지 부모 손을 잡고 광장에 나서 'MB 아웃'을 외쳤다. 광우병 파동으로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나서며 그 손실액이 3조7000억원이 넘었다. 10년이 됐지만 미국산 수입 소고기로 인한 광우병은 없었고, 그때 그 언론인들과 연예인들, 시민단체, 정치인들은 한사람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후 정권에서 언론사 사장으로, 집권당 대표등으로 승승 장구했다.

그 외에도 허무맹랑하지만, 위세를 떨쳤던 괴담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때는 북한 어뢰로 인한 침몰이라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 좌파 진영에서 '붉은 멍게'를 근거로 '자작극 논란'에 불을 붙였다. 2017년 사드 배치 때는 전자파 때문에 성주 주민들은 다 암에 걸리고, 불임이 되며 참외까지 시들 것이라는 괴담이 전국을 휩쓸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때는 야당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미국 잠수함과의 충돌설을 제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같이 끔찍한 거짓 선동들이지만, 그래도 '탈원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탈원전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괴담'을 퍼뜨리고, 5년 내내 정책을 밀어부쳐 국가 전체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다 알다시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2016년 12월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를 관람하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직후 탈원전을 국정 과제로 밀어부쳤다. 그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말이 안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성 조작 사건이 벌어졌고, 멀쩡한 공무원은 신내림을 받았다. 가장 끔찍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 원전 생태계가 초토화된 것이다. 유형 무형 손실이 수백조 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퇴임을 목전에 둔 시점 갑자기 "한국 원전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말을 뒤집는다. 한마디 사과도 반성도 없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아니면 말고식' 괴담의 신기원을 쓴 게 우리나라 19대 대통령이다.

대선이 끝났지만 현 집권 세력이 그냥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김없이 괴담이다. 이번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이다. 비용이 1조원에 달한다느니, 이전 배경이 풍수리지나 무속인의 조언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 선동에 능한 586 정치인들은 여기저기 다니며 연기를 피우면 친여 성향 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한다. 여기서 사실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1조원라는 숫자나 무속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워낙 파괴적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초두효과(primacy effect)다. 특정 이미지를 초기에 씌워 놓으면 아무리 반대 근거를 대도 뒤집기 힘들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 간과하는게 있다. 지금은 그들이 학생운동을 하던 때도, 처음 집권했던 시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절반은 문재인 대통령과 586집권 세력이 지난 5년간 보여준 거짓과 위선, 무능, 내로남불에 이미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이다. 그 중엔 2030세대 절반도 포함돼 있다.

얼마전 정치 은퇴를 선언한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의 말대로 거대 담론의 시대는 갔다. 이제 생활정치의 시대다. 문재인과 586집권세력의 선전·선동 정치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