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최근 10년 동안은 창사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조선해양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세계 1등이라는 현실에 안주한 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한 우리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24일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역사는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이 1972년 3월23일 울산 동구 미포만에서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을 열면서 시작됐다.

창립 기념 행사에서 건넨 인사말이었지만 권 회장은 자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권 회장은 "여전히 '하던대로'의 습관이 곳곳에 남아있고 '변화의 불편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도 자주 발견된다"며 "새로운 50년의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새로움'과 '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한해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를 53% 초과달성할 정도로 조선 호황기는 돌아왔지만, 강판 가격 급등과 같은 악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동력으로 '창조적 예지'를 강조했다. 그는 "1972년 만 57세의 나이에도 조선소를 짓겠다고 생각한 정주영 창업자의 창조적 예지가 지금의 현대중공업그룹을 만들었다"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창조적 예지가 있는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더가 바뀌지 않으면 회사가 바뀌지 않는다"며 리더급 관리자들의 역할을 주문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기술개발(R&D)'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권 회장은 "아무도 갖지 않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을 때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자율운항 시스템, 탈탄소 미래형 선박, 친환경 바이오 연료, 스마트 팩토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룹의 미래를 현실화 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경기도 판교에 조성 중인 그룹 R&D 컨트롤타워 글로벌R&D센터(GRC)는 올해 11월 문을 연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에 그룹 내 R&D 인력 5000여명을 한데 모아 기술 개발 역량을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권 회장은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우리의 기술개발 전략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의 주역이 될 MZ세대들이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