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등 세금 혜택도 발표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2개월 동안 유류세를 L당 5펜스(약 80원)로 인하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에서 유류세는 2011년 이후 L당 57.95펜스로 동결돼 세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유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는 50억파운드(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가 긴급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까지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달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산책임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 6.0%에 비해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예산책임처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공급망 붕괴, 물가 급등 등으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활 수준은 올해 2.2%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66년 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수낙 장관은 유류세 인하 외에도 각종 조치를 발표했다.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가계 지원 기금은 현재보다 두 배 늘려 10억파운드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4년엔 기본 소득세율도 20%에서 19%로 낮출 방침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