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거듭 지연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청와대 회동 일정 조율과 관련, 윤 당선인을 향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문 대통령이 어법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고문은 이날 YTN 뉴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향해 '직무실 이전 전적으로 도와주겠다. 다만 안보가 위기니까 그 점 고려해달라' 이렇게 말하면 윤 당선인도 '이전하는 과정에서 안보에 결함 없도록 하겠다' 답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회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우리가 만나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으니 만나자' 하면 되는데 그만두는 대통령과 새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서 '주변 말 듣지 말고 만나자' 이렇게 말하면 윤 당선인이 주변 말 듣고 움직이는 사람이 돼 버린다. 참모들도 아주 불쾌할 일이고 윤 당선인도 '내가 주변 말 듣고 움직이나' 싶어 불쾌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당선인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같은 말이라도 '지금 여러 가지 어려우니까 협조하겠다 만나자' 이렇게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이 더 꼬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말로는 통합, 협치 외치면서 계속 말 하나하나가 꼬이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윤 당선인에 대해서도 "당선인 측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안보 위기 때문에 용산 이전에 예비비 상정 안 한다'고 하면 '안보 문제는 우리도 충분히 염려하고 고려하겠으니 협조해달라'고 해야지 '언제 안보 생각했냐 역겹다' 하면 듣는 사람도 기분 나쁘지 않겠나"라고 쓴소리했다.

이어 "문 정부가 안보 소홀했다는 건 국민들이 다 알지 않나"라면서 "미사일, 서해 공무원 피격, 북한 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이 안보를 위협할 때도 문 대통령은 대화로 해결하겠다고만 했다. 용산 이전한다니까 안보 얘기하는 건 듣는 사람으로서는 생경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발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 공약인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한 것과 관련해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 아닌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도 알 거 아닌가"라며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해 입을 닫거나 '충분히 고려하겠다'하고 끝내야지 '나는 반대다'라면서 곧 물러난 장관이 새로운 대통령에게 찬성 반대를 표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수위가 어른스러웠다면 박 장관 이야기와는 별개로 업무보고는 받는 게 정상이다"라면서 "물러나는 장관 말 한마디에 각을 세우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의 돌파구를 묻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 오늘처럼 말하지 말고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안보 고려해달라' 당부하고 '우리 정부는 뭐든지 협조하겠다. 새로운 집무실 취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고문은 "서로 말로는 만나자고 하면서 말꼬리 잡으면서 실제 행동은 전혀 다르면 못 만나는 것이다"라면서 "말고 행동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참모 회의에서 한 발언을 전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서 인사하고 덕담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했다.

이어 "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들 말은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