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 모다모다 "美로 본사 옮기겠다"
자연 염색 효과를 내는 샴푸로 주목받았던 모다모다가 결국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 회사 제품의 핵심 성분이 독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샴푸에 쓸 수 없는 금지 원료로 지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머리를 감기만 해도 갈색 염색이 되는 혁신 제품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24일 “한국에서 사업 길이 막히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국내처럼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내 19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유통업체와 입점 계약을 맺었다. 이미 아마존에는 입점했다.

군포 공장도 미국으로 옮겨갈 방침이다. 현재 월 300만 병 수준인 생산능력을 600만 병으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에도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모다모다는 지난해 6월 미국, 8월엔 한국에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사진)를 출시했고 1년도 안 돼 150만 병 이상을 판매했다. 이 샴푸는 모발이 갈색으로 자연스럽게 염색하는 효과를 낸다. 알레르기,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 때문에 염색약을 쓰지 못한 소비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만 300억원어치가 팔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하지만 이 회사는 곧 풍랑을 만났다. 염색을 더 진하게 해주는 성분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이 문제가 됐다. 유럽집행위원회가 THB가 DNA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오는 6월부터 염모제 성분으로 사용을 금지하면서다. 한국 식약처도 지난해 12월 THB를 샴푸를 포함한 화장품 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THB 사용을 막은 고시가 발효되면 2년 뒤부터 이 회사 샴푸 판매가 막힌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오는 28일 THB 사용 금지 결정에 대한 심사 결과를 최종 확정한다.

이 때문에 식약처의 과잉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유럽, 미국, 일본 중 THB 성분을 화장품 금지 원료로 전면 지정한 곳은 한국밖에 없다. 배 대표는 “유럽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는 기존 염모제 성분과 THB를 함께 쓴 것이라 모다모다 샴푸에 THB가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모다모다는 오는 6월께 자체적으로 실시한 독성시험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배 대표는 “THB를 넣지 않은 샴푸도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라며 “신제품은 갈색이 아니라 회색빛만 내게 돼 기존 제품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