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惡心…선한 마음 품으면 봄바람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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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새 종정' 성파 스님에게 듣는다
30일 서울 조계사서 추대법회
활달한 가르침·소탈한 성품 신임
"평상심이 道"…순리 따라 대처
상대 존중하는 '공덕의 숲' 가꿔야
불교가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
옻칠·한지 등 전통문화 보존 힘써
30일 서울 조계사서 추대법회
활달한 가르침·소탈한 성품 신임
"평상심이 道"…순리 따라 대처
상대 존중하는 '공덕의 숲' 가꿔야
불교가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
옻칠·한지 등 전통문화 보존 힘써
“평상심이 바로 도(道)라는 가르침을 평생 새기면서 살았습니다. 중생과 부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불성(佛性·부처의 성품)이 있으니 이를 가꾸면 범부(평범한 사람)도 부처가 될 수 있어요. 다들 부처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을 테니 잘 행하시길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性坡) 스님(83)은 24일 이같이 말했다. 26일 종정 임기 시작을 앞두고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조계종은 오는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성파 스님의 종정 추대 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은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60년 월하 전 종정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3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됐고, 2018년부터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방장은 강원, 율원, 선원 등 종합적인 교육 기능을 갖춘 사찰인 총림의 최고지도자다. 성파 스님은 오랜 참선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활달하고 자유로운 가르침을 펴 교단 안팎의 존경과 신임을 받아왔다. 성파 스님의 소탈한 성품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제가 종단 안에서는 종정이지만 국가 통치자도, 민족 지도자도 아닌 일개 산승(山僧)인데, 특별한 복안도 없이 언론을 만나니 부담스럽습니다. 종정으로서 무슨 계획이 있다기보다 태풍이 불면 문단속을 하고 가뭄이 심하면 산불을 예방하는 식으로 형편에 따라서 앞으로 해나가려고 해요.”
최근 대선 정국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새 정부에 대한 당부 등 세속의 현안에 관한 질문에는 “주제넘은 말을 할 생각이 없다”며 거듭 겸양을 보였다. 종정의 비서실 격인 예경실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예경실장 대신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에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는 통도사에서 살고 있으니 통도사 주지가 예경실장을 하면 됩니다. 총무원 등 종단의 제반 행정조직이 잘 갖춰져 있으니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특별히 할 게 없어요. 굳이 따로 조직을 둘 필요 없이 순리를 따라가면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불교와 조계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신라에서부터 고려, 조선,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 세력은 거듭 바뀌었지만 전통 종교인 한국 불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왔어요. 불교는 지금까지 그랬듯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돼야 합니다. 서구의 어느 나라에도 우리 민족문화가 뒤지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국보 반가사유상만 해도 얼마나 우수합니까. 동시대 서양의 예술보다 훨씬 뛰어나요.”
성파 스님은 조선시대 ‘승려 장인’의 전통을 되살리고 맥을 이은 활동으로도 주목받아왔다. 통도사 서운암(瑞雲庵)을 중심으로 된장, 간장을 전통 방식으로 담가 보급했고 옻칠, 도자기, 한지 등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팔만대장경을 650t에 달하는 도자기 판으로 굽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종단이 문화와 예술 사업에 천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성파 스님의 생각은 달랐다.
“이전에 (한 사람의) 승려로 있을 때는 하고 싶은 활동을 했지만, 종정은 개인이 아니라고 주변에서 그럽디다. 종정이 되려고 예술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요. 종정이라고 해서 종단을 혼자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고 종단에 여러 훌륭한 스님이 계시니 앞으로 좋은 방안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 각지에 만연한 고통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인상(人相·남보다 잘났다는 생각)과 아상(我相·나에게 집착하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가꿔야 한다”며 “저 잘났다고들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지금 현실에는 상불경(常不輕)보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불경보살은 항상 상대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칭찬하고 존중했다는 보살이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게 악하게 마음을 먹는 악심(惡心)입니다. 봄바람이 불면 잎이 돋고 꽃이 피듯이 선한 마음을 가져야 세상이 좋아집니다. 내가 말 안 해도 잘 알 테지만, 개개인이 악한 마음을 품지 말고 선한 마음을 사용해줬으면 좋겠어요.”
양산=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性坡) 스님(83)은 24일 이같이 말했다. 26일 종정 임기 시작을 앞두고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조계종은 오는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성파 스님의 종정 추대 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은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60년 월하 전 종정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3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됐고, 2018년부터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방장은 강원, 율원, 선원 등 종합적인 교육 기능을 갖춘 사찰인 총림의 최고지도자다. 성파 스님은 오랜 참선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활달하고 자유로운 가르침을 펴 교단 안팎의 존경과 신임을 받아왔다. 성파 스님의 소탈한 성품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제가 종단 안에서는 종정이지만 국가 통치자도, 민족 지도자도 아닌 일개 산승(山僧)인데, 특별한 복안도 없이 언론을 만나니 부담스럽습니다. 종정으로서 무슨 계획이 있다기보다 태풍이 불면 문단속을 하고 가뭄이 심하면 산불을 예방하는 식으로 형편에 따라서 앞으로 해나가려고 해요.”
최근 대선 정국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새 정부에 대한 당부 등 세속의 현안에 관한 질문에는 “주제넘은 말을 할 생각이 없다”며 거듭 겸양을 보였다. 종정의 비서실 격인 예경실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예경실장 대신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에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는 통도사에서 살고 있으니 통도사 주지가 예경실장을 하면 됩니다. 총무원 등 종단의 제반 행정조직이 잘 갖춰져 있으니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특별히 할 게 없어요. 굳이 따로 조직을 둘 필요 없이 순리를 따라가면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불교와 조계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신라에서부터 고려, 조선,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 세력은 거듭 바뀌었지만 전통 종교인 한국 불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왔어요. 불교는 지금까지 그랬듯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돼야 합니다. 서구의 어느 나라에도 우리 민족문화가 뒤지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국보 반가사유상만 해도 얼마나 우수합니까. 동시대 서양의 예술보다 훨씬 뛰어나요.”
성파 스님은 조선시대 ‘승려 장인’의 전통을 되살리고 맥을 이은 활동으로도 주목받아왔다. 통도사 서운암(瑞雲庵)을 중심으로 된장, 간장을 전통 방식으로 담가 보급했고 옻칠, 도자기, 한지 등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팔만대장경을 650t에 달하는 도자기 판으로 굽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종단이 문화와 예술 사업에 천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성파 스님의 생각은 달랐다.
“이전에 (한 사람의) 승려로 있을 때는 하고 싶은 활동을 했지만, 종정은 개인이 아니라고 주변에서 그럽디다. 종정이 되려고 예술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요. 종정이라고 해서 종단을 혼자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고 종단에 여러 훌륭한 스님이 계시니 앞으로 좋은 방안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 각지에 만연한 고통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인상(人相·남보다 잘났다는 생각)과 아상(我相·나에게 집착하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가꿔야 한다”며 “저 잘났다고들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지금 현실에는 상불경(常不輕)보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불경보살은 항상 상대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칭찬하고 존중했다는 보살이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게 악하게 마음을 먹는 악심(惡心)입니다. 봄바람이 불면 잎이 돋고 꽃이 피듯이 선한 마음을 가져야 세상이 좋아집니다. 내가 말 안 해도 잘 알 테지만, 개개인이 악한 마음을 품지 말고 선한 마음을 사용해줬으면 좋겠어요.”
양산=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