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성공적인 개혁에 가장 필요한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분적 변화 추구하는 개혁
전체 바꾸는 혁명보다 어려워
적 우군 만들고 지지 끌어모을
고도의 섬세함과 정치력 필요
목표 광범하면 실패 가능성 커
점진적 전략·전격전 전술 결합을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전체 바꾸는 혁명보다 어려워
적 우군 만들고 지지 끌어모을
고도의 섬세함과 정치력 필요
목표 광범하면 실패 가능성 커
점진적 전략·전격전 전술 결합을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개혁을 외친다.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청산, 법치의 회복, 뭐라고 이름을 붙이던 결국은 개혁이다. 혁(革)은 고대에 죽간으로 책을 만들 때 죽간을 엮는 가죽끈이다. 이것이 낡고 헤졌을 때 새것으로 간(改) 데서 ‘성한 것은 놔둔 채 잘못된 부분만 고친다’는 뜻의 개혁이란 말이 유래했다.
그런데 온전한 것은 그대로 둔 채 잘못된 부분만 고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고(故)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성공적인 혁명이 드물다면 성공적인 개혁은 더욱 드물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개혁이 어려운 데는 크게 세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어려움은 부분적 변화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한다. 성한 부분까지 포함해 구체제 전체를 숫제 파괴하는 혁명과 달리 잘못된 부분만 교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둘째는 양면전의 어려움이다. 개혁가는 필연적으로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한쪽에서는 급진세력이 개혁이 너무 느리고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득권 세력이 개혁이 너무 과격하다고 비판한다.
셋째는 개혁 지지세력과 개혁 반대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이다. 개혁의 수혜자들이 개혁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에 그친다. 개혁은 일종의 집합재이기 때문에 개혁에 기여를 하든 않든 그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지지자들도 개혁 반대세력의 분노를 감내하면서까지 개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을 기다린다. 반면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은 숫자는 적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똘똘 뭉쳐 개혁에 반대한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개혁가는 일류의 정치력을 필요로 한다. 개혁가에게는 장기 이식을 하는 외과의와 같은 고도의 섬세함, 한 전선에서의 적을 다른 전선에서는 우군으로 만드는 기술, 개혁연합을 끌어모으고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개혁가에게는 전략적 사고와 선택이 필요하다. 개혁의 성패는 주어진 개혁 환경 안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순서로 또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행하는가 등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개혁의 목표가 광범하면 할수록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실패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개혁 의제 사이의 상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개혁 조치의 순서도 중요하다. 큰 이슈부터 시작할지 아니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 더 큰 이슈로 나갈지에 대해서도 선택해야 한다. 물론 하나의 정답은 없다. 주요 사회 세력의 분포, 정부에 대한 지지도 등 개혁의 환경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서둘러 몰아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추진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헌팅턴 교수는 ‘점진적 전략(Fabian strategy)’과 ‘전격전 전술(Blitzkrieg tactics)’을 결합할 것을 권고한다. 여러 개혁 의제를 한꺼번에 다루면 각기 다른 이유에서 개혁에 반대할 세력들을 뜻하지 않게 결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한 의제만 다뤄 개혁 반대세력을 각개 격파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각 의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번개같이 쳐서 반대자들이 저항할 힘을 동원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겠지만,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개혁은 단순히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려내 처방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청나라 말기 동치(同治) 연간 캉유웨이의 개혁 시도다. 황제의 이름으로 100여 일 동안 100개 넘는 개혁 조칙을 내렸지만, 이 모든 조칙을 부정하는 서태후의 조칙 하나로 무너졌다. 개혁의 버킷리스트만 만들었을 뿐 서태후에 반대하는 조정 대신들조차 포섭하지 않은 결과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바꿔야 할 정책과 제도, 관행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쉽게 뜯어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개혁이 결코 쉽지 않으며 추진 과정에서 많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다.
그런데 온전한 것은 그대로 둔 채 잘못된 부분만 고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고(故)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성공적인 혁명이 드물다면 성공적인 개혁은 더욱 드물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개혁이 어려운 데는 크게 세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어려움은 부분적 변화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한다. 성한 부분까지 포함해 구체제 전체를 숫제 파괴하는 혁명과 달리 잘못된 부분만 교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둘째는 양면전의 어려움이다. 개혁가는 필연적으로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한쪽에서는 급진세력이 개혁이 너무 느리고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득권 세력이 개혁이 너무 과격하다고 비판한다.
셋째는 개혁 지지세력과 개혁 반대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이다. 개혁의 수혜자들이 개혁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에 그친다. 개혁은 일종의 집합재이기 때문에 개혁에 기여를 하든 않든 그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지지자들도 개혁 반대세력의 분노를 감내하면서까지 개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을 기다린다. 반면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은 숫자는 적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똘똘 뭉쳐 개혁에 반대한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개혁가는 일류의 정치력을 필요로 한다. 개혁가에게는 장기 이식을 하는 외과의와 같은 고도의 섬세함, 한 전선에서의 적을 다른 전선에서는 우군으로 만드는 기술, 개혁연합을 끌어모으고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개혁가에게는 전략적 사고와 선택이 필요하다. 개혁의 성패는 주어진 개혁 환경 안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순서로 또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행하는가 등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개혁의 목표가 광범하면 할수록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실패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개혁 의제 사이의 상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개혁 조치의 순서도 중요하다. 큰 이슈부터 시작할지 아니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 더 큰 이슈로 나갈지에 대해서도 선택해야 한다. 물론 하나의 정답은 없다. 주요 사회 세력의 분포, 정부에 대한 지지도 등 개혁의 환경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서둘러 몰아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추진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헌팅턴 교수는 ‘점진적 전략(Fabian strategy)’과 ‘전격전 전술(Blitzkrieg tactics)’을 결합할 것을 권고한다. 여러 개혁 의제를 한꺼번에 다루면 각기 다른 이유에서 개혁에 반대할 세력들을 뜻하지 않게 결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한 의제만 다뤄 개혁 반대세력을 각개 격파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각 의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번개같이 쳐서 반대자들이 저항할 힘을 동원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겠지만,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개혁은 단순히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려내 처방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청나라 말기 동치(同治) 연간 캉유웨이의 개혁 시도다. 황제의 이름으로 100여 일 동안 100개 넘는 개혁 조칙을 내렸지만, 이 모든 조칙을 부정하는 서태후의 조칙 하나로 무너졌다. 개혁의 버킷리스트만 만들었을 뿐 서태후에 반대하는 조정 대신들조차 포섭하지 않은 결과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바꿔야 할 정책과 제도, 관행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쉽게 뜯어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개혁이 결코 쉽지 않으며 추진 과정에서 많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