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분야 공약에 ‘반대’ 의사를 보인 법무부의 업무보고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앞장서 반대 의견을 밝힌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청와대 이전과 공공기관 인사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갈등을 겪는 신구 권력이 사법 분야에서도 충돌하는 분위기다.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간사)은 24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40여 일 후 퇴임할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건 무례한 처사”라며 “냉각기를 갖고 숙려할 시간이 필요해 법무부에 보고를 유예하자고 통지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의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 확보 등에 대해 전날 전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검찰이 윤 당선인의 공약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번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에 윤 당선인 공약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인수위는 이날 대검의 업무보고만 별도로 받았다.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자 보고 자체를 따로 받기로 한 것이다. 법무부 업무보고는 이르면 다음주 초 받을 예정이다. 이 위원은 “법무부 실무자들은 새 정부에서도 함께할 사람이기 때문에 곧 물러날 박 장관과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법무부 쪽에서 박 장관 의견까지 반영해 보고 내용을 검토한 다음 재논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엔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검찰의 독립성 강화 방안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지난 5년간 벌어진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성상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