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급 차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내 차량 이동이 감소하자 정유회사들이 경유 생산을 줄였는데, 전쟁 탓에 러시아산 경유가 유럽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재고량이 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유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했다.
또 다른 요인은 유류세 인하의 파생 효과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내렸다. 그동안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부과됐다. 그랬던 만큼 휘발유의 세금 인하 폭이 커서 L당 164원 내렸다. 경유는 116원 내리는 데 그쳤다. 경유의 인하 폭이 휘발유보다 약 50원이나 적었다.
국내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자 곳곳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경유와 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2008년 오일쇼크 때 이미 겪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유 차량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차량 약 2600만 대 중 경유 차량이 38%가량인 1000만 대에 이른다. 여기엔 화물차 330만 대가 포함돼 있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1t 트럭과 택배 트럭 등은 생계형 운송수단이다. 이들의 평균 운송료 중 기름값 비중이 30%를 넘으니 걱정이 크다.
차량 연료는 대부분 석유(원유)를 가열해서 얻는다. 끓는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경유는 끓는점 250~350도의 디젤 연료이고, 휘발유는 끓는점 30~200도의 가솔린 연료다. 등유는 180~250도, 중유는 350도 이상에서 추출된다. 남은 찌꺼기는 아스팔트로 쓴다.
경유는 중유보다 밀도가 낮고 가볍다(輕)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유값이 뛰면 서민의 연료비 부담은 커지고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이름값에 걸맞게 하루빨리 가격이 안정되길 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