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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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이 확정된 이번 정권 교체기에 유난스런 모습이 보인다. 물러나는 정부와 새로운 출범을 준비 중인 예비 정부(인수위원회) 간에 마찰이 이렇게 심한 적이 없었다. 기형적이고 비상식적이다. 퇴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간의 대립이 상당히 노골적이다.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뿐더러, 나라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서로 웃으며 협조 잘 해도 앙금이 생기고 갈등이 형성되기 십상인데, 그렇지 못하니 이런 것으로 인한 피해도 결국은 국민에게 넘어간다.

가장 뜨거운 대립과 마찰, 기 싸움이 대통령실 이전 문제다. 그 다음 정도의 갈등?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게 인사 문제다. 신·구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문제로 한바탕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둘러싼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얄팍한 속임수 같은 알르바이까지 나왔다. 분명히 후과가 따를 것이다.

한은 총재만이 아니다. 이른바 ‘인사 알박기’는 꽤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기업,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챙길 만한 자리가 많은 것도 정말 문제다.

비상식적 대립·마찰 빚는 이번 정권교체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 정부 산하 공기관 인사는 늘 다수의 관심사가 될 만하다. 그럴듯한 자리 숫자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와 경제에서 공기관이 차지하는 과포장된 비중 요인이 적지 않다. 이쪽에서도 이번 정권 교체기처럼 인사 문제로 장기간 이렇게 말이 많은 적도 없었다. 좁은 의미의 ‘법대로 인사권을 행사 한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의지이자 고집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선거로 민의가 확인됐고,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새로운 인사권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인사의 상식이 무엇인가라고 문제제기 하고 있다. 인사 문제의 근본 쟁점이다.
이 와중에 나온 게 공기관 경영진의 인사 문제의 새로운 원칙으로 기관장 임기를 정권(대통령) 임기와 같게 하자는 주장이 있다. 말하자면, 정권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연동제다. 일견 상당히 합리적 주장처럼 보인다. 논리 구조도 좋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따른다. ‘정권교체기 바람직한 공기관 인사권 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임기 연동제의 실질적 문제점과 굳이 이 방식을 무리하게 택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임기연동'이 엽권제 되면 선거가 '공기관 大쟁탈전'될 수도

첫째, 임기 연동제로 가면, 한국에서도 ‘엽관(獵官)제’로 가자는 게 된다. 미국 에 이런 정치적 전통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엽관제가 가뜩이나 과열인 대통령 선거를 ‘공직 大쟁탈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매년 연 초에 한 차례씩 있는 정부 결정으로 공기관의 숫자는 조금씩 더해지거나 빠지기도 하지만, 중앙 정부 통제를 받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현재 340개가량 있다. 이게 전리품이 된다면 무서운 싸움이 될 것이다.

둘째, 중앙 정치가 엽관제나 유사 엽관주의로 간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될까. 공기관은 시·도와 시·군·구 산하에도 매우 많다. 지방선거 때면 시장·도지사, 군수·구청장 좋은 사람 뽑기는 뒷전인 채 각 지역에서도 진흙 밭 싸움이 되지는 않을까.

셋째,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과도한 쏠림도 미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공기관 종사자들이 실력과 역량, 성과보다 정치권 줄 대기에 더 신경 쓸지 모른다. 인사 임명권을 가진 쪽에 기웃거리는 게 선거철만의 현상이 아닐 수 있다. 공기관의 인사가 정권 교체기 때 전면적으로 바뀌면 거대한 공공 부문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크게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이에 따른 혼란도 우려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경제·사회적 ‘스윙의 폭’이 적은 게 나라 안정도 도움 된다. 서구 선진국들을 보면 좌우 보혁 정당 간 정권교체가 무난히 이뤄지고, 연정도 흔하지만 이런 스윙의 폭이 대체로 적다. 그래서 나라가 안정돼 보인다.

공공기관운영법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대안

넷째,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도 지혜다. 정부 특히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관장하는 이 법으로 중앙 정부 산하의 모든 공기관을 감시 감독 통제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법이 너무 강해서 문제다. 기재의 공공정책국이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데, 조직 인사 예산부터 일상적 영업 경영 등 모른 것을 정부는 이 법으로 관할한다. 지금은 임명권이 크게 돋보이지만, 공기관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부 손안에 있다. 이 법을 쥐고 있는 기재부 외에도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주무 부처가 있어 통상적 업무 지휘도 단단히 받고 있다.

결국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다루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무부가, 좀 정확히 들여다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새 정부 인수위에 대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업무보고가 유예되고 사실상 거부당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런 일을 보면서 인수위에 대한 정부 부처의 ‘성실 업무보고’를 법제화하고 최소한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른 것을 법으로 다 만들 것인가. 이런 정도는 상식의 영역 아닌가. 또 관행도 있지 않은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멀지만, 실체는 단순하기도 하다.

상식 보편 합리 타당, 이런 게 자연스럽게 통하는 사회면 기본은 된다. 정파 정당이 다를수록 더욱 그런 것 아닐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