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WAAC), 골프웨어 홍수 시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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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기필코 승리한다’(Win At All Costs)
악동 캐릭터 ‘와키’에 MZ세대 열광
토종 브랜드로 해외 시장 공략 ‘역발상’
‘기필코 승리한다’(Win At All Costs)
악동 캐릭터 ‘와키’에 MZ세대 열광
토종 브랜드로 해외 시장 공략 ‘역발상’
골프웨어 홍수 시대다. 1020세대들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성장한 무신사까지 골프복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골프에 접목해 ‘명품’ 골프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마케터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고가 전략이어야 통할 것인가, 라이선스 브랜드를 들여왔다가 손해만 보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등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코오롱FnC가 2016년 선보인 왁(WAAC)은 신선한 도전 자체만으로 주목받을만 하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왁의 매출은 471억원으로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중 17위를 기록했다. 신생 브랜드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최근엔 코오롱FnC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 법인으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K골프웨어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것이다.
상황 1 골프웨어 홍수 시대
왁은 ‘Win At All Costs’의 줄임말이다. ‘기필코 승리한다’는 의미다. 코오롱FnC는 브랜드 명칭에서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해외 브랜드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려면 출발부터 남달라야 했다.
컨셉트도 특이했다. 골프가 매너 운동의 대명사임에도 왁은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악동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시켜서라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스토리로 만들었다.
악동 캐릭터인 ‘와키’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MZ세대들을 열광시켰다. 코로나19로 골프 시장에 대중화 물결이 불면서 왁의 전진에 순풍 역할을 했다.
와키는 매 시즌 디자인 테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갱스터와키, 갤럭시와키, 네버랜드와키 등 왁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로 성장시켰다.
왁은 와키를 상품 디자인의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간헐적으로 와키 캐릭터를 활용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선보이는 등 독자적인 캐릭터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코오롱FnC가 가장 공들인 분야다. 퍼포먼스 컨템포러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상대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까모플라쥬, 스트라이프 등 다양한 패턴물과 강렬한 컬러를 코오롱FnC의 강점인 기능성 소재에 담아냈다.
현재 골프웨어 시장은 PXG, 타이틀리스를 필두로 흑백 단선미의 브랜드와 지포어, 제이린드버그, 사우스케이프 같은 평상복으로 입어도 세련된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
왁은 젊은 골퍼들을 겨냥해 정확히 중간 지점을 찾아냈다. 2030세대들이 자신만의 골프 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준 셈이다.
상황 2 브랜드 수출은 언감생심
김윤경 상무를 비롯해 왁을 기획한 팀은 또 하나의 실험을 감행했다. 출발부터 조준점을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로 겨눴다.
코오롱FnC는 잭니클라우스라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부터 엘로드라는 국내 첫 토종 브랜드를 통해 골프웨어에선 수십년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골프는 선진국 스포츠라는 고정 관념에 짓눌려 해외로 브랜드를 수출할 생각은 언감생심이었다. 왁팀은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때마침 K콘텐츠가 해외에서 전례없는 인기를 얻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한 결과, 2019년 일본 골프 페어에 참가(3월)하면서 일본 라이선스 시장 진입에 대한 물꼬를 텄다. 2020년 일본에서 확인한 왁의 진가는 고무적이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타키효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1년 중국에도 진출했다. 올해는 골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을 파트너사인 ‘WGS(Worldwide Golf Shops)’과 함께 이뤄내고 있다.
이런 왁의 글로벌 진출에는 브랜드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의류 지원, 선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대개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가 탑티어 선수 1~2명 정도를 지원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반면, 왁은 신인부터 걸출한 프로선수까지 적게는 4명부터 많게는 15명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인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신인의 경우 1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루키들을 발굴해 브랜드와의 결을 맞추려고 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PGA 투어를 뛰고 있는 케빈나다. 이민지(LPGA), 이보미(JLPGA)와도 인연을 맺었다. 케빈나 선수는 201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타이거우즈와의 유쾌한 세레모니로 골프 팬들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현재 왁은 케빈나(PGA), 이민지(LPGA), 홍예은(LPGA/LET/JLPGA), 이태희(KPGA/European), 고석완(KPGA), 정찬민(KPGA) 등 11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선수 후원은 ‘두잉(doing)’ 골프웨어로의 확고한 브랜딩은 물론, 왁의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가능케한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 3 한 지붕 여러 가족의 한계
왁은 이제 독립법인라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의 활동을 가속화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명실공히 K패션 골프 브랜드로 퀀텀 점프 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시장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왁의 다양한 강점(유쾌한 브랜드 스토리, 상품의 퀄리티, 와키 캐릭터 등)을 십분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코오롱FnC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골프웨어, 남성복, 여성, 잡화 등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의 성장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왁은 이번 자회사로의 분사를 통해 슬림화된 조직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빠른 의사 결정,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FnC 입장에서도 이는 분명 새로운 도전임이 분명하다. 자체적으로 론칭한 국내 내셔널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은 그 사례가 드문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군중 속의 하나 혹은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개인들이 모여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독특한 그들만의 집단을 이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메타버스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시대적 조류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스토리다. 세계관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스토리는 브랜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핵심이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원본으로 해석할 수 있는 NFT도 결국 수집에 관한 취향과 일맥상통한다. 크립토펑크, 보어드에입 같은 겉으로 보기에 유치해 보이는 NFT 미술품들은 나홀로 소비로는 거래되고 유통되기 어렵다.
결국 코오롱FnC의 왁은 스토리와 차별화를 중시하는 최신 마케팅 흐름을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하겠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골프웨어 홍수 시대 생존법으로 참고할만하다.
박동휘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첨단 신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서 고작(?) 양말로 대박을 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Stance라는 양말 브랜드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어느 날 마트에서 판매하는 양말이 모두 흰색, 회색, 검정색인 것을 보고 의문을 갖는다. 왜 마트에서 판매하는 양말은 모두 평범한 색깔로 가득할까? 스타트업은 꼭 하이테크 제품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양말과 같은 일상적인 제품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Stance는 2009년 매우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양말을 시장에 내놓는다. Stance 양말은 NBA 유명 스타의 얼굴이 크게 프린트된 것을 포함해 온갖 화려한 색과 독특한 무늬로 가득하다. 가격도 매우 비싸다. 한 켤레에 40달러짜리 제품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셔너블한 양말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은 Stance를 선택했다. 2015년 NBA, 2016년 MLB 선수들이 착용하는 공식 양말 파트너가 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Stance는 양말을 넘어 속옷,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Stance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팅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차별화”이다. 좋은 차별화는 시장에서 ‘가장 지루한 제품’ 마저 ‘가장 독특한 제품’으로 변신시킨다. 생각해 보면, Stance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양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을 뿐이다.
골프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스포츠로 인식된다. 골프 자체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경기 중에도 항상 매너 있는 자세와 복장를 요구한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의 골프 인기가 늘어나면서 골프웨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왁은 골프웨어가 꼭 점잖아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진 것 같다. 기존의 전형적인 골프웨어의 모습에서 벗어나 오히려 악동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왁은 골프에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그리고 독특하고 패셔너블한 의류를 즐겨입는 젊은 골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시장에는 PXG, 타이틀리스, 제이린드버그와 같이 세련되고 멋있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지만, 왁과 같이 독특하고 패셔너블한 의류를 선호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Stance와 왁의 사례처럼 기존의 제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독특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골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진 점이 골프의 인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골프에 관심을 갖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515만명에 달하고, 그 중에서 MZ세대가 약 22%(115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장년층의 스포츠였던 골프가 젊은층을 빠르게 흡수하는 양상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MZ세대 골프 인구 중 여성이 60% 정도로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골프에서의 또 다른 특징은 골프웨어의 인기다. 골프를 시작한 소비자들이 골프웨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치 10여년 전 아웃도어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학계에서도 골프웨어 연구가 활발하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골프웨어 구매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디자인, 기능, 유행, 가격, 브랜드 등이다.
한 연구는 MZ세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골프웨어의 브랜드 진정성을 분석했다. 진정성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 상품이 아니더라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약속한 것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통해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판단한다. 광고의 진실성, 제품의 독창성, 품질의 일관성 등이 브랜드 진정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꼽힌다.
왁(WAAC)은 눈길을 끄는 브랜드 명칭과 악동 캐릭터 ‘와키’를 통해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덕분에 브랜드 진정성이 MZ세대에 먹히고 있다고 평가할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면 골프의 인기가 지속될지, 해외 여행 같은 대체제때문에 그 인기가 떨어질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과거 아웃도어 열풍에서처럼 골프웨어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빠르게 바뀔 수도 있다. 왁(WAAC)은 기존 골프웨어와의 차별화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았지만 차별화는 어느 순간 보편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진정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고가 전략이어야 통할 것인가, 라이선스 브랜드를 들여왔다가 손해만 보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등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코오롱FnC가 2016년 선보인 왁(WAAC)은 신선한 도전 자체만으로 주목받을만 하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왁의 매출은 471억원으로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중 17위를 기록했다. 신생 브랜드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최근엔 코오롱FnC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 법인으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K골프웨어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것이다.
상황 1 골프웨어 홍수 시대
도전 1 “고정 관념을 깨라”
왁은 ‘Win At All Costs’의 줄임말이다. ‘기필코 승리한다’는 의미다. 코오롱FnC는 브랜드 명칭에서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해외 브랜드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려면 출발부터 남달라야 했다. 컨셉트도 특이했다. 골프가 매너 운동의 대명사임에도 왁은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악동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시켜서라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스토리로 만들었다.
악동 캐릭터인 ‘와키’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MZ세대들을 열광시켰다. 코로나19로 골프 시장에 대중화 물결이 불면서 왁의 전진에 순풍 역할을 했다.
와키는 매 시즌 디자인 테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갱스터와키, 갤럭시와키, 네버랜드와키 등 왁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로 성장시켰다.
왁은 와키를 상품 디자인의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간헐적으로 와키 캐릭터를 활용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선보이는 등 독자적인 캐릭터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코오롱FnC가 가장 공들인 분야다. 퍼포먼스 컨템포러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상대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까모플라쥬, 스트라이프 등 다양한 패턴물과 강렬한 컬러를 코오롱FnC의 강점인 기능성 소재에 담아냈다.
현재 골프웨어 시장은 PXG, 타이틀리스를 필두로 흑백 단선미의 브랜드와 지포어, 제이린드버그, 사우스케이프 같은 평상복으로 입어도 세련된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
왁은 젊은 골퍼들을 겨냥해 정확히 중간 지점을 찾아냈다. 2030세대들이 자신만의 골프 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준 셈이다.
상황 2 브랜드 수출은 언감생심
도전 2 해외 시장 공략 ‘역발상’
김윤경 상무를 비롯해 왁을 기획한 팀은 또 하나의 실험을 감행했다. 출발부터 조준점을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로 겨눴다. 코오롱FnC는 잭니클라우스라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부터 엘로드라는 국내 첫 토종 브랜드를 통해 골프웨어에선 수십년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골프는 선진국 스포츠라는 고정 관념에 짓눌려 해외로 브랜드를 수출할 생각은 언감생심이었다. 왁팀은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때마침 K콘텐츠가 해외에서 전례없는 인기를 얻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한 결과, 2019년 일본 골프 페어에 참가(3월)하면서 일본 라이선스 시장 진입에 대한 물꼬를 텄다. 2020년 일본에서 확인한 왁의 진가는 고무적이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타키효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1년 중국에도 진출했다. 올해는 골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을 파트너사인 ‘WGS(Worldwide Golf Shops)’과 함께 이뤄내고 있다.
이런 왁의 글로벌 진출에는 브랜드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의류 지원, 선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대개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가 탑티어 선수 1~2명 정도를 지원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반면, 왁은 신인부터 걸출한 프로선수까지 적게는 4명부터 많게는 15명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인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신인의 경우 1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루키들을 발굴해 브랜드와의 결을 맞추려고 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PGA 투어를 뛰고 있는 케빈나다. 이민지(LPGA), 이보미(JLPGA)와도 인연을 맺었다. 케빈나 선수는 201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타이거우즈와의 유쾌한 세레모니로 골프 팬들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현재 왁은 케빈나(PGA), 이민지(LPGA), 홍예은(LPGA/LET/JLPGA), 이태희(KPGA/European), 고석완(KPGA), 정찬민(KPGA) 등 11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선수 후원은 ‘두잉(doing)’ 골프웨어로의 확고한 브랜딩은 물론, 왁의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가능케한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 3 한 지붕 여러 가족의 한계
도전 3 별도 법인으로 독립
왁은 이제 독립법인라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의 활동을 가속화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명실공히 K패션 골프 브랜드로 퀀텀 점프 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시장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왁의 다양한 강점(유쾌한 브랜드 스토리, 상품의 퀄리티, 와키 캐릭터 등)을 십분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코오롱FnC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골프웨어, 남성복, 여성, 잡화 등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의 성장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왁은 이번 자회사로의 분사를 통해 슬림화된 조직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빠른 의사 결정,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FnC 입장에서도 이는 분명 새로운 도전임이 분명하다. 자체적으로 론칭한 국내 내셔널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은 그 사례가 드문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요즘 SNS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화된 집단 문화다. 각자의 개성을 고집하면서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과의 연대 의식을 중시한다.군중 속의 하나 혹은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개인들이 모여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독특한 그들만의 집단을 이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메타버스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시대적 조류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스토리다. 세계관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스토리는 브랜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핵심이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원본으로 해석할 수 있는 NFT도 결국 수집에 관한 취향과 일맥상통한다. 크립토펑크, 보어드에입 같은 겉으로 보기에 유치해 보이는 NFT 미술품들은 나홀로 소비로는 거래되고 유통되기 어렵다.
결국 코오롱FnC의 왁은 스토리와 차별화를 중시하는 최신 마케팅 흐름을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하겠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골프웨어 홍수 시대 생존법으로 참고할만하다.
박동휘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첨단 신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서 고작(?) 양말로 대박을 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Stance라는 양말 브랜드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어느 날 마트에서 판매하는 양말이 모두 흰색, 회색, 검정색인 것을 보고 의문을 갖는다. 왜 마트에서 판매하는 양말은 모두 평범한 색깔로 가득할까? 스타트업은 꼭 하이테크 제품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양말과 같은 일상적인 제품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Stance는 2009년 매우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양말을 시장에 내놓는다. Stance 양말은 NBA 유명 스타의 얼굴이 크게 프린트된 것을 포함해 온갖 화려한 색과 독특한 무늬로 가득하다. 가격도 매우 비싸다. 한 켤레에 40달러짜리 제품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셔너블한 양말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은 Stance를 선택했다. 2015년 NBA, 2016년 MLB 선수들이 착용하는 공식 양말 파트너가 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Stance는 양말을 넘어 속옷,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Stance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팅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차별화”이다. 좋은 차별화는 시장에서 ‘가장 지루한 제품’ 마저 ‘가장 독특한 제품’으로 변신시킨다. 생각해 보면, Stance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양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을 뿐이다.
골프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스포츠로 인식된다. 골프 자체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경기 중에도 항상 매너 있는 자세와 복장를 요구한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의 골프 인기가 늘어나면서 골프웨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왁은 골프웨어가 꼭 점잖아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진 것 같다. 기존의 전형적인 골프웨어의 모습에서 벗어나 오히려 악동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왁은 골프에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그리고 독특하고 패셔너블한 의류를 즐겨입는 젊은 골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시장에는 PXG, 타이틀리스, 제이린드버그와 같이 세련되고 멋있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지만, 왁과 같이 독특하고 패셔너블한 의류를 선호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Stance와 왁의 사례처럼 기존의 제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독특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골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진 점이 골프의 인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골프에 관심을 갖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515만명에 달하고, 그 중에서 MZ세대가 약 22%(115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장년층의 스포츠였던 골프가 젊은층을 빠르게 흡수하는 양상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MZ세대 골프 인구 중 여성이 60% 정도로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골프에서의 또 다른 특징은 골프웨어의 인기다. 골프를 시작한 소비자들이 골프웨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치 10여년 전 아웃도어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학계에서도 골프웨어 연구가 활발하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골프웨어 구매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디자인, 기능, 유행, 가격, 브랜드 등이다.
한 연구는 MZ세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골프웨어의 브랜드 진정성을 분석했다. 진정성을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 상품이 아니더라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약속한 것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통해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판단한다. 광고의 진실성, 제품의 독창성, 품질의 일관성 등이 브랜드 진정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꼽힌다.
왁(WAAC)은 눈길을 끄는 브랜드 명칭과 악동 캐릭터 ‘와키’를 통해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덕분에 브랜드 진정성이 MZ세대에 먹히고 있다고 평가할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면 골프의 인기가 지속될지, 해외 여행 같은 대체제때문에 그 인기가 떨어질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과거 아웃도어 열풍에서처럼 골프웨어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빠르게 바뀔 수도 있다. 왁(WAAC)은 기존 골프웨어와의 차별화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았지만 차별화는 어느 순간 보편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진정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