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중의 힘」저자, 김찬배

글로벌 CEO컨설팅사인 테네오(TENEO)사는 글로벌 HR전문가 6000여 명에게 2021년의 HR최고 관심사항(Top Interests)이 무엇인지를 물었는데 1위가 직원몰입(Employee Engagement)이었다.

원격근무가 늘어나고 한국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서 감독자가 없어도, 혹은 전보다 적은 시간 동안 일하고 이전과 동일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hrtrendinstitute.com/2021/04/05/what-are-the-interests-of-hr-professionals/
출처 : https://hrtrendinstitute.com/2021/04/05/what-are-the-interests-of-hr-professionals/
갤럽의 2021 글로벌 직장 실태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Workplace)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구성원들은 12%만 몰입된 상태(engaged)로 미국 34%, 세계 평균 20%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19%는 적극적 비몰입자(actively disengaged)로 회사에 대하여 불평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동료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고 69%는 몸은 회사에 출근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비몰입 상태(not engaged)’라는 것이다.

모든 직원을 적극적인 몰입자로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그 비율을 몇 %만 올리더라도 훨씬 더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하히 직원들을 몰입시킬 것인가이다. 1차적으로 당근과 채찍으로 대표되는 성과급제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나친 조직 내부 경쟁과 불평등, 신뢰 저하, 사내 정치를 조장하고, 협업과 창의적 집단지성의 발현을 해친다’는 문제를 노정하면서 GE, MS를 비롯한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다양한 성과 평가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지금 글로벌 HR전문가들은 몰입의 비결을 직원 존중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캠벨 수프 컴퍼니’는 매출과 주가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던 때가 있었다.

이때 구원 투수로 등장한 CEO는 ‘더글라스 코난트’(Douglas Conant)였다. 취임 당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2대 1, 즉 3명 중 1명이 적극적 비몰입자였다. 코난트는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회사 안을 걸으며 만나는 직원들에게 “내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열린마음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또한 매일 직원들에게 10~20통의 자필 편지를 써서 보냈다. 편지를 쓰는 것은 경영자로서 코넌트 회장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칭찬을 하기 위해 회사의 구석구석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회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는 물론 싱가포르, 시드니, 파리, 모스크바 등 해외 사업장에서 회사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하거나 우수한 아이디어를 낸 직원,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들을 찾아내 그들의 공을 치하하는 편지를 썼다.

10년간 무려 3만여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하니 그 꾸준한 실천력이 놀랍다. 편지를 받은 직원들은 CEO가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기여와 공헌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아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CEO에게 받은 편지를 책상 위나 보드판에 붙여 놓고 일을 하는 직원들도 나타났다. 그렇다고 코난트 회장이 막연히 좋은 리더가 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최대한 따뜻하게 대하되 이슈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세계 최고의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걸맞은 헌신과 최고의 성과를 요청했다.

이렇게 하자 몰입도가 매년 상승하여 10년 차에는 17대 1 즉, 18명 중 1명만 적극적 비몰입자인 회사로 탈바꿈했다.

취임 당시 보다 6배나 더 열심히 일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평균 몰입도가 9.57대 1이라고 하니 캠벨의 몰입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게으른 자들의 천국을 최고 몰입의 일터로 만드려면?
존중을 실천하려면 딜레마가 있다. 직원들이 나태해질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리더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리더는 아니라는 것이다.

코넌트 회장처럼 ‘따뜻한 마음’과 ‘엄격한 마음’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문제는 직원들이 엄격함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인내심 있는 존중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난트 회장이 10년간 꾸준하게 편지를 썼던 것처럼 말이다.

게으른 자들의 천국을 최고 몰입의 일터로 만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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