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HEV 시승기

지난달 16일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도심 곳곳 30km를 주행했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기본형, 그란루소·그란스포트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두 트림의 차이는 등급이 아닌 방향성에 있다. 그란루소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트림이며 스포트는 스포츠카 본연에 충실한 차다. 시승은 기본형 모델로 진행했다.
이번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특징 중 하나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추가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뛰지만 이 차는 오히려 하이브리드차가 1000만원가량 싸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1억1450만~1억2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차는 매끄러우면서도 묵직하다. 공차중량이 무려 2t이 넘는 차인 만큼 날렵하기보다는 단단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며 노면에 착 붙어가는 느낌에서 오는 주행 재미도 있다. 민첩함 역시 살아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5.7초 만에 도달한다. 기존 3000cc 6기통 엔진의 내연기관 차량(5.5초)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차의 매력이 배가 된다. 스티어링 휠이 단단해고 예민한 차로 바뀐다. 노멀 모드에서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다소 차분했던 배기음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변한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최고 출력은 330마력, 최대 토크는 46kg·m다. 기존 3L 6기통 가솔린 기블리(330~350마력)와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기블리 최상급 버전 트로페오(최고 출력 580마력, 최대 토크 74kg·m)에 비해선 떨어진다. 그럼에도 50~60km/h를 주행하는 일상용으로는 넘치는 성능이다.
공인 연비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영향으로 L당 9km 수준이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기존 가솔린 모델의 연비(7.7km/h)와 비교하면 효율이 상당히 좋아졌다. 도심 위주 주행을 했지만 1박2일 시승 이후 확인한 연비는 11km/L 후반대였다.

실내 인테리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당당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 크기, 성능이다. 기존 8인치에서 10인치로 크기가 커졌으며 베젤이 두껍지 않아 10인치보다 커 보이는 효과도 있다. 화질이 좋아졌고 터치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를 물리 버튼으로 남겨둔 건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첨단화가 이뤄지면서 터치 버튼을 도입하는 차량이 늘고 있지만 주행할 때 직관적이지 않은 터치 버튼은 불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온도 조절이 된 건지, 바람 세기가 줄어든 건지 등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과정에서 전방주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다.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휴대폰 무선 연결이 가능해 티맵 내비게이션, 음악 감상 등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편의사양 부재는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1억원대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서라운드 뷰 기능,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