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매물. /사진=곽튜브
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매물. /사진=곽튜브
"헉, 이게 끝이죠?"

여행·먹방 전문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는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집을 본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그래도 1억 대 전세를 구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왔는데 난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좌절했다.

곽튜브는 최근 '1억으로 미쳐버린 서울 집 구하기 현실 버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신촌에 월세를 구한 적이 있는데 여행을 6개월씩 다녀오니 생돈이 나가더라. 아예 전세로 집을 찾아놓고 여행을 갈 때 편하게 하려고 한다"며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집은 발품을 많이 팔면 좋다고 해서 2주 동안 서울의 정말 많은 부동산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매물. /사진=곽튜브
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매물. /사진=곽튜브
곽튜브는 지난해 한차례 거주한 경험이 있는 신촌부터 돌았다. 그는 부동산에 들어가 호기롭게 "전세 1억에서 대출되면 2억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전세 대출이 되는 곳은 거의 없다"였다.

부동산 중개인 A 씨는 "최소 투룸을 원하셨는데 딱 학생들이 살만한 방이 1억 1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월세가 굉장히 낮았는데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 비싼 월세를 주고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없다. 신촌은 솔직하게 이 금액으로 절대 못 찾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사진=곽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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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튜브는 "대출도 안 되고 집도 없고…"라며 좌절했다. 그는 "지난번보다 좋은 조건으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촌에) 입성 한 건데 난 어디로 가야 하느냐. 신촌은 신들만 사는 마을 아니냐"고 토로했다.

A 씨는 "1억으로 전세를 찾으려면 지상층은 힘들다. 1억에 월세 조금 내면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 정도에선 신림 쪽으로 가면 대출 가능한 집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곽튜브는 '자취의 성지'라 불리는 신림으로 향했다. 부동산을 찾은 그는 사정을 설명했고 "신촌에선 1억 전세는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중개인 B 씨는 "서울 전체 평균 원룸이 1억 5000만 원"이라며 "관악구, 동작구도 평균보다 더 웃돈다. (자취생들이) 왜 관악구에 많이 오냐면 원룸 다가구가 제일 많아 싸진 않은데 다양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튜브는 "원룸은 아예 생각도 안했다. 투룸, 쓰리룸 같이 큰 집을 원한다. 신축, 풀옵션도 관심 없다"고 했다.

먼저 봉천동에 위치한 전세 9000만 원짜리 매물을 보게 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곽튜브는 어이없는 듯 "허?"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진짜 좁다. 끝이죠, 이게?"

"몇 평이냐"는 질문에 B 씨는 "이 정도면 개별 등기가 따로 없어서 (주인들이) 호가 부르듯 말씀하시는데 두평 반 정도"라고 귀띔했다.

곽튜브는 "진짜 너무한다"며 집을 둘러봤고, 좁은 집 한켠에 놓인 스타일러를 발견했다. 그는 "두 평짜리 집에 스타일러를 뒀다. 이게 옵션이냐"며 물었다. B 씨는 "이 집의 매력은 스타일러"라며 "(주인분이) 집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하나씩 넣어놓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방에 곽튜브가 눕자 가구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보였다. 가로로 누웠더니 정수리와 발끝이 양 벽에 닿을 정도였다.
전세가 2억 5000만 원 투룸 매물 /사진=곽튜브
전세가 2억 5000만 원 투룸 매물 /사진=곽튜브
"이런 집도 잘 나가냐"고 묻자 B 씨는 "역세권에 전세라 잘 나간다. 어찌 됐든 고시원 들어가는 것보다 나으니까"라며 "좋아서 오는 게 아니다. 자기 조건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곽튜브는 "잔인하다"며 말을 맺었다.

비슷한 상황인 두 번째 집까지 본 곽튜브는 "다른 1억대 집 준비하는 거 안 보여주셔도 된다"며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했다.

곽튜브가 원했던 형태인 투룸 매물도 봤다. 전세가는 무려 2억 5000만 원이었다. B 씨는 "언덕에 지어진 집이라 반지층"이라며 "똑같이 생긴 게 지층으로 가면 1억 2000~3000만 원 정도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솔직히 추천하시냐"고 묻자 B 씨는 "추천은 못 하겠고 현실이니 소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 고백했다.

곽튜브는 "감을 잡았으니 중심가는 고집 안 하고 지하철 인근 지역으로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생각한 것보다 집 구하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은평구, 강서구 등 10여군데의 집을 돌아봤지만, 가격대가 맞으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곽튜브는 결국 1억 대의 전셋집은 구하지 못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0만원 짜리 투룸을 구했다. /사진=곽튜브
곽튜브는 결국 1억 대의 전셋집은 구하지 못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0만원 짜리 투룸을 구했다. /사진=곽튜브
북가좌동, 홍제동, 보광동까지 발품을 판 곽튜브는 결국 화곡동에서 전세가 아닌 반전세로 집을 구했다.

양문형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드레스룸 등이 풀 옵션인 전용면적 18평의 투룸이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었으나 집주인과 합의 끝에 보증금을 1000만 원 올리고, 월세를 5만원 낮춰 계약했고 이사를 마쳤다.

곽튜브는 "집에서 잘 안 나가는 스타일이다. 일 있을 때만 나가니 집이 좋은 게 나은 것 같더라. 잘 고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 3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실거래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월세를 조사한 결과조사한 결과 전용 30㎡(9.075평)이하 원룸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 6361만원이었다. 최저임금으로 서울에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선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7년6개월을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한다고 하더라도 주거비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전용 30㎡이하 원룸 평균 월세는 40만원, 보증금은 2703만원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8720원)을 받는 근로자가 서울에서 원룸 자취를 할 경우 이 가운데 21.9%를 주거비로 지출하게 된다.

네티즌들은 "70만 유튜버가 이 정도인데 평범한 2030은 어떨지. 항상 즐겁게 보고 있는데 이번 영상은 마냥 즐겁진 않다", "집 구하는 거 보고 너무 공감된다. '진짜 너무하다'라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참 잔인한 세상" 등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