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의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조선·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운항 중인 선박의 탄소 감축에 비상이 걸렸다. 선사들은 친환경선 발주와 더불어 엔진 출력을 낮춰 탄소를 줄이는 선박 개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전체 외항선대의 80%를 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친환경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선 개조·건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선박 '탄소 규제 쓰나미' 온다…희비 엇갈리는 조선·해운업계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최근 엔진 출력을 낮춰 탄소 배출을 감축시켜주는 장치인 선속제한장치(EPL) 등 친환경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4일 EPL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탄소절감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스위스 엔지니어링업체 ABB와 EPL을 공동 개발했다.

통상 선박 건조가 주업인 국내 조선업체들이 ‘개조’의 영역인 EPL 개발에 나선 것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EEXI(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 CII(탄소집약도) 등과 같은 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EEXI와 CII는 이미 운항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탄소 감축 규제다.

EEXI에 따르면 선사들은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2013년 건조된 선박 대비 20% 이상 줄여야 한다. CII는 탄소 배출 효율을 기준으로 선박을 A~E 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3년 연속 D등급을 맞거나, E등급을 한 번이라도 받는 경우 시정 조치를 마련해 IMO의 승인을 받아야만 정상 운항이 가능해진다.

이 기준은 2023년 이후 매년 2%씩 강화된다.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선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2050년엔 70%까지 줄인다는 것이 IMO의 목표다. 마치 자동차의 ‘에코(Eco)’모드처럼 엔진 출력을 제한하는 EPL은 선사들엔 가장 쉽고 빠른 해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외항 선박 990척 중 85.5%인 844척이 EEXI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진행한 조사에서 이들 선박 중 99% 이상이 EPL을 대응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출력 제한은 쉬운 해법이지만 선박 속도 저하로 선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궁극적으로는 신규 친환경선 발주나 용선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을 기점으로 친환경선 발주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