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1997년 이후 25년이 되도록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도 지어지지 않았다. 반면 해외에는 10개국에 18개 공장이 세워졌다. 그러다 기아가 경기 화성에 25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한경 3월 25일자 A1, 3면 참조

그동안 국내 자동차 공장 투자가 전무한 이유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기아가 해외 공장 건설에만 주력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강성 노조의 폐해와 고비용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도요타·폭스바겐보다 임금은 높으면서, 1년에 20차례 넘는 파업, 근로자 마음대로 일을 당겨서 해치우고 퇴근하는 ‘야리끼리 문화’ 등이 스스로 일감을 해외로 걷어차 버렸다. 작년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전년보다 고작 0.1% 증가(162만 대)한 데 비해, 해외(중국 제외)에선 185만 대로 15.4%나 급증했다. 그 와중에 노조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생산에 투입하는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전기차 생산에도 내연차와 똑같은 인력을 투입해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설비투자로 눈을 돌리는 곳은 비단 현대차·기아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견·중소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 2020년 16조7461억원으로, 국내 설비투자액(1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투자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났다. 베트남 등이 국내에 비해 임금 대비 생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 52시간제에 따른 납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급망 문제를 겪은 기업들이 속속 국내로 공장을 재이전하는 리쇼어링 붐이 일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미국은 작년 한 해에만 1334개사가 돌아왔으나,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5년간 78개사에 그쳤고, 그나마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한 곳뿐이다.

획일적 노동시간 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규제 법령이 활개를 치고 정부와 공권력이 거대 노조의 불법과 폭주를 용인하는 여건에선 나가려는 기업들을 말릴 재간이 없다. 노동개혁을 해낼 때만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표현대로 ‘신발 속 돌멩이’를 얼마나 확실하게 빼 주느냐에 따라 제2, 제3의 기아 화성 공장이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