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와 첫 FTA
한국은 2004년 처음으로 칠레와 FTA를 체결(발효)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해 물자와 서비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교역을 증진하기 위해 맺는 협정을 말합니다. 한국과 칠레도 그랬습니다. 칠레가 한국에 수출하는 포도, 와인, 구리 같은 1차 상품에 우리는 관세를 물리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칠레산 포도와 와인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자동차, 전자제품 같은 2차 상품을 칠레로 수출했습니다. 두 나라 교역은 상호 보완적이었므로 교역이 늘어나게 됐습니다.이후 우리는 다른 나라와 FTA를 맺어갔습니다. 2006년 3월 한·싱가포르 FTA가 발효됐습니다. 6개월 뒤인 9월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자유무역을 시작했습니다. 인도와는 2010년 1월, 유럽연합(EU)과는 2011년 7월, 페루와는 2011년 8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무역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미국과 자유무역을 한다고?
2012년 한국 FTA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6년간 논의돼온 미국과의 FTA가 그해 3월 15일 발효된 겁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과 자유무역을 한다? “무슨 ‘근자감’에서 겁 없이 FTA를 하느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경제 주권을 미국에 빼앗긴다” “미국의 경제 속국이 될 거다”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영화산업을 삼킬 것이다”는 우려가 많았죠.이런 우려는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한·미 FTA 10년 평가’에 따르면, 두 나라 상품무역은 발효 전인 2011년 1008억달러(약 12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91억달러(약 207조7000억원)로 67.8%나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상품 무역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9.3%에서 13.4%로 상승했습니다. 미국이 두 번째로 큰 우리의 무역대상국이 됐죠.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116억달러에서 227억달러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한국의 위상을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 2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가 대미 수출을 주도했습니다. 가발이 아닙니다. 이들 제품의 미국 수출은 2011년보다 무려 75.5% 늘었죠.
한·미 FTA에서 한국이 큰 덕을 보자, 미국이 협정 개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2018년 1월 개정 협상이 시작됐고, 1년 뒤인 2019년 1월 개정 의정서가 마련됐습니다. 한·미 FTA를 반대했던 경제학자 171명과 반대 단체들은 지금 조용히 있답니다. ‘FTA 괴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죠.
#운동장을 넓게 쓰다
미국과의 FTA 협정 이후 한국을 찾는 러브콜이 이어졌습니다. 터키 호주 캐나다와 협정을 맺었고, 한국과 중국은 2015년 12월 자유무역을 시작했죠.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중미 5개국(파나마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엘살바도로 니카라과), 영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큰 경제블록과도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지난 2월 자유무역을 시작했습니다. RCEP에는 중국, 일본 등 14개 나라가 포함돼 있습니다.축구로 비유하자면, 한국은 운동장을 넓게 쓰는 세계 최강급 무역 플레이어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따르면, 한국은 59개국과 22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글로벌 GDP의 85%에 해당하는 나라들입니다. 한국이 세계 85%를 경제영토로 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FTA의 정의를 정확하게 조사해 써보자.2. 미국과의 FTA에서 어떤 성과가 났는지 알아보자.
3. 세계지도를 펴놓고 한국과 FTA 중인 나라를 색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