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군의 지휘체계도 휘청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가 "러시아 지휘관이 부대원에 의해 고의로 살해당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병사가 상관을 고의로 공격한 첫 사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 한 언론인은 러시아 제37 독립 근위 차량 소총 여단의 여단장인 유리 메드베데프 대령이 탱크에 치여 숨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부대는 키이우 서쪽 마카리우에서 벌어진 전투로 병력의 절반을 잃었다. 전우의 사망에 분노한 부대원이 메드베드프 여단장을 탱크로 치었고, 그는 두 다리를 다쳐 벨라루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가 탱크에 치인 것을 맞지만, 사망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다리를 담요로 감싼 채 고통스러워하면서 들것에 실려 옮겨졌지만,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적어도 러시아군이 일부 부대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한 러시아 병사가 남부 미콜라이우 인근에서 패퇴한 뒤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통화에서 이 병사는 부대원 절반이 동상에 걸렸지만 치료해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방탄조끼도 부실한 것을 받아 상관에게 항의했더니 강인해져야 한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불평한다. 사망한 전우의 시신을 돌려보내지 못해 며칠이나 같이 다녀야 했다며 체첸에서의 상황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군 약 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러시아 남부군구 제49연합군 사령관인 야코프 랴잔체프 중장이 사살됐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일째에 '특수작전'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