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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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서울 강남 등의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수립을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시작된 가운데 집값 상승 우려로 일부 대책은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선인의 공약과 연계해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 방향과 이행방안 등을 검토했다. 서울 도심 등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상화하는 내용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약에서 제시된 250만호 공급 로드맵을 구체화해 조기에 발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전제를 달았다.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시 꿈틀대는 강남 집값…尹 '재건축 공약' 속도 조절하나 [이유정의 부동산 디테일]
시장에서는 인수위가 첫 국토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시장 불안 대응’을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 집값이 크게 오르는 등 시장이 지나치게 불안해질 경우 공약내용을 얼마간 수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려고 하면 반드시 단기 혹은 예상보다 긴 기간의 집값 불안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그 부분을 인정하고 집값 상승을 감내하던지, 집값이 지나치게 자극받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던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직후 먼저 진행할 부동산 규제 완화로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 분양가 합리화, 추첨제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한시 면제 등이 꼽힌다.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행정부 시행규칙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개정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이 중 상대적으로 민감한 것은 재건축 관련 규제다. 윤 당선인이 안전진단과 관련해 내세운 공약은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은 아예 면제하고, 기존 제도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춰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가능 연한 자체가 30년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면제 공약은 사실상 제도를 유명무실화하겠다는 것인데 당선인의 의중은 또 그것은 아닌 것 같다”며 “어떻게 구체화하는지에 따라 시장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에서 강남구와 서초구의 공동주택 매매가는 0.1%씩 상승했다. 두 지역은 2월 이후 보합 혹은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8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대선 이후 매물이 들어가거나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뛴 사례가 잇따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재건축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집값 상승의 부담은 정권 초에 상당히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속도 조절을 할 경우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