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계자 "미 우위·동맹 힘 확인…우리가 우크라 지원 덕분" 자화자찬
"전쟁 길어질 수 있는데 성급" 비판도
[우크라 침공] "러 '실패'가 미 국방부에 새로운 자신감 줬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보여주는 '실패'가 미국 국방부에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군사 현대화 등으로 '미국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이번 전쟁을 통해 대체할 존재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방부의 자체 평가다.

WP는 불과 8개월 전에 아프간 전쟁에서 '무질서한' 철군으로 비판을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놀라운 기조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직접적인 주요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의 경제, 외교, 군사적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국방부 한 고위 관계자는 WP에 '지난 몇 주간 미국이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우위와 함께 침략자들을 완전히 물리칠 수 있는 방식으로 동맹 네트워크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항전 의지와 함께 객관적인 전력이 더 나은 러시아군에 맞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상당 부분 곤경에 빠뜨릴 수 있었던 것은 2014년부터 우리가 그들을 돕기 위해 했던 일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군의 실패가 미 관료들에게 우크라이나군을 과소평가하게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자체 평가는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러시아 침공이 이제 막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도시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지금과 같은 단합이 계속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으로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해왔다.

[우크라 침공] "러 '실패'가 미 국방부에 새로운 자신감 줬다"
앞서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방부가 군사적 선택을 너무 빨리 배제했고, 우크라이나 무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전 의지를 자극할까 봐 지나치게 걱정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과 동맹국이 참전 의사가 없다는 인식을 푸틴 대통령에게 심어줌으로써 침공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으며, 잠재적인 침략자들을 막기 위해 경제·외교·군사력을 활용하는 광범위한 전략인 '통합 억지력' 효과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푸틴 대통령이 나토까지 전쟁을 확대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제 미 국방부 관료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략적 실패'를 겪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현시점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군대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은 그에게 '내가 대만 군사 공격의 결과를 과소평가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미 국방부의 장기적인 과제는 힘의 한계와 함께 중·러의 야심을 억제하기 위한 미 동맹국의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 중국과의 강력한 경제·정치·군사적 경쟁이 우선시된다면 우리 스스로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