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25일 통화 내용을 보면 중국의 이중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의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조 요청은 얼버무렸다. 중국 측 발표에도 이 부분은 쏙 뺀 채 글로벌 공급망 협력 확대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골라 담았다.

중국이 한국을 향해 아쉬울 때 어김없이 내놓는 말이 ‘떠날 수 없는 파트너’ ‘뗄 수 없는 이웃’이다. 그러나 돌아서면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 그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확대는 물론, 규탄하는 언론 성명조차 반대한 것도 그렇다. 중국은 2017년 북한이 ICBM을 쏘면 자동으로 제재 확대를 하도록 한 조항에 합의했지만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북한이 상습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핵·미사일 폭주를 하는 데는 매번 제재에 발목을 잡고, 뒷문을 열어준 중국과 러시아의 책임이 크다. 이웃 국가가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지경이 되는 데 일조해놓고 ‘협력 동반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신뢰할 수 없는 이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넘친다. 동북공정도 모자라 시 주석은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등 역사 왜곡을 일삼고, 서해공정으로 영토까지 도둑질하려고 한다. 폭력적인 한한령(限韓令)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오만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통령부터 “중국은 큰 봉우리”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추가 배치 금지 등 ‘사드 3불(不)’까지 약속하며 먼저 고개를 숙이니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는가.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대중(對中) ‘상호주의’ 외교 원칙을 제시했다. 중국의 거친 패권적 전랑(戰狼)외교 앞에 굴하지 않고 이를 끝까지 견지해 따질 건 따지는 당당한 외교를 펼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