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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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에서 해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극심한 피로감과 기침, 흉통 등의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밀린 업무 처리에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지니 우울감까지 밀려와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6)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확진을 받았던 이씨는 여전히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롱 코로나 증후군(Long COVID)’으로 불리는 후유증 때문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롱 코로나 증후군을 관리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상 위협하는 후유증

27일 방역당국과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은 피로감과 흉통, 숨가쁨, 인지장애, 후각·미각 상실, 기침 등이 꼽힌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코로나19 완치자 47명을 조사한 결과 완치 1년 뒤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은 87%에 달했다. 증상별로는 피로감(57.4%·복수 답변), 운동 시 호흡곤란(40.4%), 탈모(38.3%), 가래(21.3%) 순으로 나타났다.

롱 코로나 증후군으로 인해 휴직이나 사직, 휴학 등 일상까지 위협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40)는 “오미크론에 걸린 이후 생긴 불면증과 두드러기 증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 병원 여러 곳을 다녔지만 완치되지 않고 있다”며 “두드러기로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회사에서 제대로 업무를 해내지 못해 사직까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은 취약계층에 더욱 타격을 주고 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최모씨(54)는 “코로나19 완치 이후 조금만 무리해도 호흡곤란이 와 일터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는데, 요즘 소득이 더욱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관리 나서야”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은 이미 롱 코로나 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미국 보훈부는 코로나19 완치자와 감염 이력이 없는 이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심장마비 위험(63%), 뇌졸중 위험(52%), 심부전 위험(72%) 등이 대표적이다. 폐에 혈전이 생길 위험도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 코로나 증후군을 코로나19 감염 후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미흡하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후유증 모니터링을 위해 델타·오미크론 감염 후 완치된 이들 1000명 정도를 모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롱 코로나 증후군이 사회에 급격히 퍼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기면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로 뇌 손상이 발생해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며 “정부가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보급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증상이 몇 개월씩 갈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치료제를 충분히 보급해 확진자 몸 안의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사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이우상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