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자 정성엽 "천암함 46 용사의 마음으로 가사 썼죠"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는 ‘바다의 별이 되어’는 가사 첫 마디가 ‘어머니’로 시작합니다. 해군 시절 유족을 만나면서 가장 눈에 밟히던 것이 장병 어머니들의 눈물이었어요. 가사에도 어머니가 가장 먼저 나왔지요. 떠나간 용사들의 심정이 돼 한 글자씩 가사를 썼습니다.”

지난 3월 26일은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 1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는 순국한 46용사들을 기리는 추모곡 ‘바다의 별이 되어’가 울려 퍼졌다.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제정된 공식 추모곡이다.

이 곡을 기획하고 작사한 사람은 정성엽 대한민국군가기념사업회 상임이사(예비역 해군 대령·사진)다. 25일 기자와 만난 정 상임이사는 “46용사들을 위한 제대로 된 추모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천안함재단에 곡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며 “국민 모두가 용사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널리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천안함 추모식에서는 순국 용사들을 위해 군가 또는 가요를 불러왔다. 그러나 군가는 추모곡으로는 적절하지 않고, 가요를 빌려 쓰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게 정 상임이사의 지론이다. 그는 “2019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는 ‘내 나라 내 겨레’가 불렸는데, 노래 첫 소절이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으로 시작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곡이었다”며 “한국 곡이지만 북한의 ‘통일노래집’에 실린 노래라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 상임이사는 군가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2년 전역한 뒤 수원대 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해 독일 브레멘국가음악제 한국대표단장을 지냈다. 군 예비역 합창단 ‘코리아베테랑코랄’을 창단하고 《군가이야기》 《한국군가 대전집》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천안함 용사들을 위한 곡을 쓰려니 한동안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첫 소절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1주일 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새벽에 문득 가사가 생각났어요. 유족 가운데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인 윤청자 님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삼켜가면서 유족 보상금을 나라에 기부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슬픔을 떠올리니 가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 상임이사에게 천안함 피격은 잊지 못할 사건이다. 당시 해군 대변인이었던 만큼 국군 창설 이후 처음 발생한 ‘잠수함 공격’ 사건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될 때는 무척이나 허탈하면서도 기가 막혔다”며 “현장에서 슬픔에 젖어있는 유가족의 얼굴을 볼 때면 함께 슬픔에 잠겼다”고 했다.

정 상임이사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국가를 지키다 희생당한 장병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 복무가 의무인 나라에서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장병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며 “‘바다의 별이 되어’를 통해 숭고한 희생을 국민이 계속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