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예정된 국방부 청사. /  사진=이송렬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예정된 국방부 청사. / 사진=이송렬 기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정비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집무실이 들여다보이는 건물을 허가해주겠습니까. 사업이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서울시 용산구 한강로1가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이촌동은 집무실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집무실 이전으로 주변에 미뤄졌던 용산공원 등 개발이 이뤄지면 환경이 더 나아질 테니 오히려 호재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

서울 용산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제각각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 청사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인근에 있는 개발 지역들은 집무실 이전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반면, 제한지역을 비껴간 곳들은 용산공원 등 미뤄졌던 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용산도 용산 나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 청사 인근 부동산 시장 '패닉'

28일 용산구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에선 대체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정비 사업지는 국방부와 직선거리로 200m도 안 되는 곳에 있다. 50년이 넘은 오래된 주거지를 정비해 각 32층, 35층짜리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해도) 추가적인 제한은 없다"며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됐다. 건물 등은 모두 해당 제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왔다"고 얘기했다. 국방부 주변은 군사시설보호 목적으로 이미 개발을 진행할 때 각종 제약이 있다. 집무실 이전 예정지 인근은 대공방어협조구역이라 건축물이 148m 이상으로 설계될 경우 국방부와 협의해야 한다.
국방부 청사 인근 삼각맨션. /  사진=이송렬 기자
국방부 청사 인근 삼각맨션. /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으로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지어져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의심하는 모습이다. 한강로1가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집무실 이전으로 국방부 청사와 맞닿아 있는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의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고층 빌딩을 허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경호 등을 이유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변 아파트값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언젠가) 개발은 되겠지만, 완공 시기가 더 늦어지는 셈이니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며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주변 단지들도 덩달아 값이 오르기 마련인데 그 시기가 늦춰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 영향 피해 간 단지 '화색'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오는 데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비껴간 지역은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다. 용산공원이나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오랫동안 지연됐던 개발 등이 집무실 이전과 함께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서다.

신용산역 인근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국방부와 붙어있는 개발 지역은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조금 벗어난 지역엔 오히려 집무실 이전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용산공원, 국제업무지구, 지상철도 등 장기간 진행하지 못했던 것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낙후지역이 개선되면 지역 가치는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촌동, 한남동 등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집값이 뛸 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집무실 이전이라는 호재와 함께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재건축 단지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겹치면서다.

이촌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근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이촌동에서 리모델링은 추진하는 단지는 △'현대맨숀'(653가구) △'이촌코오롱아파트'(834가구) △'한가람'(2036가구) △'강촌아파트'(1001가구) △'한강대우’(834가구) △'우성아파트'(243가구) 등이다.
동부이촌동에 있는 리모델링 단지 사진=이송렬 기자
동부이촌동에 있는 리모델링 단지 사진=이송렬 기자
다만 호가는 크게 변동이 없다. 한강로1가 인근 신계동에 있는 '용산e편한세상' 전용 84㎡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가 20억~21억원으로 이달 거래된 실거래가 18억4000만원보다 3억원 높다. 이촌동 '한가람' 전용 84㎡도 현재 호가가 24억~27억원으로 적게는 실거래가 수준이거나 많게는 3억원가량 차이난다.

용산구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을 호재로 보면서도 호가 자체는 크게 변동되지 않았다"며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매수인은 급매만 찾고, 매도인도 호가를 더 올리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용산구 부동산 매물에도 큰 변화가 없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물은 920건으로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발표시기인 지난 20일 891건보다 29건(3.25%) 늘었다.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양도소득세 등 '거래 절벽'을 유발하는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