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도 적극 도입하는 '아메바 경영'…"이렇게 진화했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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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 단독 인터뷰(1)
"포스트코로나는 선택과 집중보다 다각화의 시대"
"기반기술 많은 교세라 '게임 체인저' 될 수 있다"
아메바경영, 채산관리에서 일하는 방식의 축으로
"포스트코로나는 선택과 집중보다 다각화의 시대"
"기반기술 많은 교세라 '게임 체인저' 될 수 있다"
아메바경영, 채산관리에서 일하는 방식의 축으로
"코로나19를 경계로 경영의 트렌드가 '선택과 집중'에서 '다각화와 조합'으로 변할 겁니다."
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사진)은 지난 23일 일본 교토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 환경 변화를 이렇게 내다봤다.
다니모토 사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선택과 집중'의 효율이 좋았던 반면 지금부터는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이 단절되고 세계적인 분업화가 위기를 맞으면서 핵심기술과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다니모토 사장은 "선택과 집중 대신 다각화를 선택해 다양한 기반기술을 확보한 교세라가 '게임 체인저'의 시대에 앞설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세라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1959년 교토에서 창업한 소재·부품·장치(소부장) 기업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으로 대표되던 종합전자 산업이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이후 소부장 기업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다. 교세라는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등 교토에 본사를 둔 일본 대표 소부장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조직을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나누고 경영목표 설정과 채산관리를 맡기는 교세라의 '아메바경영'은 세계 경영 트렌드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금융그룹 등 많은 한국 기업들도 여전히 아메바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아메바경영도 진화했다. 다니모토 사장은 "채산성 관리보다 구성원간 소통을 강화하고 사업부문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기술 축적이 중요한 부품사업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되 하루 아침에 시장이 변하는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솔루션(문제해결형) 사업은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춰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는데 아메바 경영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10여년간 아메바 경영은 어떻게 변했나요.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처음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을 때는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채산성을 따져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각각의 사업이 커지면서 10명 단위로 채산성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채산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100명 단위로 진행하는게 유리한 사업이 늘어난 거죠.”
▷아메바 조직에도 변화가 있었겠네요.
“과거에 아메바 조직이 채산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다면 지금은 업무수행의 단위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혼자서 묵묵히 일을 해 내는 사원보다 팀 단위로 함께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원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채산성을 따지는 단위와 업무를 수행하는 최소 단위(아메바)를 구분했습니다.
▷지난해 조직을 3개 사업부문으로 개편한 이유인가요.
”10명으로 구성된 아메바 조직이 1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죠. 사업부문의 차원에서 진행하는게 효율적인 투자가 많아졌습니다. 1000억엔 단위의 투자는 사업부문이 결정합니다.“ ▷아메바 경영의 또다른 단점은 뭔가요.
”사업을 한데 묶는 조직이 따로 없다보니 본부가 다르면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교류가 적었습니다. 프린터 제조 사업부와 잉크젯 헤드라는 프린터 부품을 만드는 사업부가 따로 있는데요. 최신형 잉크젯헤드를 사용하면 더 우수한 프린터를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두 사업부간 교류가 없다보니 시너지가 나지 않은 것이죠.“
▷개선이 필요했군요.
”지금부터는 한 개의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교세라의 최첨단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려면 사업부문간 교류가 활발해야 합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 아메바 조직도 커지나요.
”아메바 조직은 10명 단위를 유지합니다. 팀원이 30명만 돼도 말하는 사람만 말하거든요. 사업부문은 100명으로 구성하더라도 업무활동은 여전히 10명 단위의 아메바가 기준입니다. 100명 규모의 사업부라면 10개의 아메바가 모여있는 셈입니다. “
▷조직의 형태도 바뀌나요.
”지금까지 교세라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 적합한 피라미드형 조직이었지만 10명의 아메바가 여러 개 있는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꿔나가려 합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한국 기업에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크기, 사업의 규모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구성원이 소통하는데는 아메바 경영이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보다 시가총액이 뒤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전산과 무라타제작소가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 반면 교세라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반성합니다. 5년전 사장에 취임했을 때보다 투자를 2배 가량 늘려왔습니다. 특히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2028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요.
“지금부터는 사회적인 과제 해결이 중요한 사업 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환경을 개선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잉크젯 프린터 방식으로 옷을 물들이는 날염기계를 하반기 출시할 계획입니다.”
▷교세라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은 무엇인가요.
“M&A의 목적은 매출 증대와 신기술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품 관련 기업과 솔루션(문제해결형) 기업, 특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을 적극 M&A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교세라 같은 소재·부품 기업을 키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반도체 같은 조립·장치 산업은 상대적으로 빨리 키울 수 있지만 소재는 다릅니다. 무라타제작소는 교토대학이 개발한 타이타늄산 바륨, TDK는 도쿄공업대의 페라이트라는 소재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교세라 역시 절연재인 정밀 세라믹으로부터 큰 회사에요. 기초기술의 하나로 소재를 꾸준히 연구하지 않으면 관련 기업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교토=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다니모토 히데오 교세라 사장(사진)은 지난 23일 일본 교토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 환경 변화를 이렇게 내다봤다.
다니모토 사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선택과 집중'의 효율이 좋았던 반면 지금부터는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이 단절되고 세계적인 분업화가 위기를 맞으면서 핵심기술과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다니모토 사장은 "선택과 집중 대신 다각화를 선택해 다양한 기반기술을 확보한 교세라가 '게임 체인저'의 시대에 앞설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세라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1959년 교토에서 창업한 소재·부품·장치(소부장) 기업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으로 대표되던 종합전자 산업이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이후 소부장 기업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다. 교세라는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등 교토에 본사를 둔 일본 대표 소부장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조직을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나누고 경영목표 설정과 채산관리를 맡기는 교세라의 '아메바경영'은 세계 경영 트렌드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금융그룹 등 많은 한국 기업들도 여전히 아메바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아메바경영도 진화했다. 다니모토 사장은 "채산성 관리보다 구성원간 소통을 강화하고 사업부문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기술 축적이 중요한 부품사업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되 하루 아침에 시장이 변하는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솔루션(문제해결형) 사업은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조합해 새 제품 만드는 시대"
지난 10년간 아메바 경영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변신했다. 다니모토 사장은 “채산성 관리와 대규모 투자결정은 사업부문이 담당하고 아메바 조직은 업무를 수행하는 기본 단위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그는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춰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는데 아메바 경영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10여년간 아메바 경영은 어떻게 변했나요.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처음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을 때는 1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채산성을 따져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각각의 사업이 커지면서 10명 단위로 채산성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채산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100명 단위로 진행하는게 유리한 사업이 늘어난 거죠.”
▷아메바 조직에도 변화가 있었겠네요.
“과거에 아메바 조직이 채산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다면 지금은 업무수행의 단위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혼자서 묵묵히 일을 해 내는 사원보다 팀 단위로 함께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원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채산성을 따지는 단위와 업무를 수행하는 최소 단위(아메바)를 구분했습니다.
▷지난해 조직을 3개 사업부문으로 개편한 이유인가요.
”10명으로 구성된 아메바 조직이 1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죠. 사업부문의 차원에서 진행하는게 효율적인 투자가 많아졌습니다. 1000억엔 단위의 투자는 사업부문이 결정합니다.“ ▷아메바 경영의 또다른 단점은 뭔가요.
”사업을 한데 묶는 조직이 따로 없다보니 본부가 다르면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교류가 적었습니다. 프린터 제조 사업부와 잉크젯 헤드라는 프린터 부품을 만드는 사업부가 따로 있는데요. 최신형 잉크젯헤드를 사용하면 더 우수한 프린터를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두 사업부간 교류가 없다보니 시너지가 나지 않은 것이죠.“
▷개선이 필요했군요.
”지금부터는 한 개의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교세라의 최첨단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려면 사업부문간 교류가 활발해야 합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 아메바 조직도 커지나요.
”아메바 조직은 10명 단위를 유지합니다. 팀원이 30명만 돼도 말하는 사람만 말하거든요. 사업부문은 100명으로 구성하더라도 업무활동은 여전히 10명 단위의 아메바가 기준입니다. 100명 규모의 사업부라면 10개의 아메바가 모여있는 셈입니다. “
▷조직의 형태도 바뀌나요.
”지금까지 교세라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 적합한 피라미드형 조직이었지만 10명의 아메바가 여러 개 있는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꿔나가려 합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한국 기업에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크기, 사업의 규모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구성원이 소통하는데는 아메바 경영이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보다 시가총액이 뒤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전산과 무라타제작소가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 반면 교세라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반성합니다. 5년전 사장에 취임했을 때보다 투자를 2배 가량 늘려왔습니다. 특히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2028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요.
“지금부터는 사회적인 과제 해결이 중요한 사업 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환경을 개선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잉크젯 프린터 방식으로 옷을 물들이는 날염기계를 하반기 출시할 계획입니다.”
▷교세라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은 무엇인가요.
“M&A의 목적은 매출 증대와 신기술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품 관련 기업과 솔루션(문제해결형) 기업, 특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을 적극 M&A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교세라 같은 소재·부품 기업을 키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반도체 같은 조립·장치 산업은 상대적으로 빨리 키울 수 있지만 소재는 다릅니다. 무라타제작소는 교토대학이 개발한 타이타늄산 바륨, TDK는 도쿄공업대의 페라이트라는 소재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교세라 역시 절연재인 정밀 세라믹으로부터 큰 회사에요. 기초기술의 하나로 소재를 꾸준히 연구하지 않으면 관련 기업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교토=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