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메디카에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AP연합뉴스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메디카에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을 자처하며 휴가 중 출국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갔던 해병대 병사가 “부조리 같은 걸 신고해도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폴란드까지) 빨리 와 깜짝 놀랐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있다며 정부의 입국 권유를 재차 거부했다.

현재 폴란드에 체류 중인 해병대 병사 A씨는 28일 CBS라디오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깜짝 놀란 게 여기(폴란드)까지 해병대 수사관(DP· 군무이탈 체포조)이 찾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자신이 부사관을 희망한다는 이유로 ‘기수 열외’ 조치를 당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선임이 나를 힘들게 한다’며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부대는 경위서만 작성하게 하고 간부들이 덮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숨 쉬는 자체가 욕을 먹을 이유였다”며 부대 내 가혹행위도 고발했다.

A씨는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이동하는데 다른 국제의용군 참여자들과 민간인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바르샤바 공항에서 미군이나 프랑스군 등에 조언과 참고를 받아서 (국경까지) 오게 됐다”며 “그 분들도 의용군이어서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을 걸어가려고 했는데 폴란드 경찰한테 처음 제지를 받고 지금 들어가면 죽는거나 마찬가지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결국) 민간인 차 한 대를 잡아 나를 부탁했다”며 “그 분 차로 국경을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우크라이나 측 검문소는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외교부 쪽에서 대사관한테 막아달라고 요청을 했나보다”며 “나 또한 그 사실을 몰라서 갔다가 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찾으로 폴란드에 온 DP가 협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DP와) 한 번 얘기는 나눴다”며 “이들이 협박 아닌 협박, 달래주는 척 하면서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들어가도 자진 귀국할 것이고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군인이기 때문에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포로로 잡힐 바에는 그냥 자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