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 당국과 전국의 소방관들이 이번 경북 울진, 강원 동해안 산불에 목숨 걸고 진화에 성공한 곳이 있다. 이번 산불은 산불이 자칫하면 커다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경북 울진군 북면에 있는 한울원전은 이번 산불에 큰 위협을 받았다. 산불 위협으로 한울원전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할 정도였다. 최초 발화 지점과 한울원전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11㎞. 지난 4일 발화한 산불은 7번 국도를 넘어 해안 쪽으로까지 번지면서 순식간에 한울원전 울타리 주변까지 불씨가 날렸다. 원전 자체 진화대가 신속하게 불을 껐고 소방 당국도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등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산불이 한울원전 경계선 안까지 번졌지만, 필사의 방어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확산하면서 호산리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도 위협했다. 불이 호산리 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번지면서 산림·소방 당국은 대원과 장비를 LNG 기지에 집결시키는 등 총력 방어를 펼쳤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국가 주요 시설을 파괴해 커다란 재앙으로 이어질 만큼 위협적이었다”며 “산림 당국은 산에서 번지는 불을 필사적으로 막았고, 소방 당국도 시설물 보호에 최선을 다해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유전자 숲인 금강송도 지켜냈다. 한때 불씨가 금강송 군락지 인근에 날아들었지만,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지켜냈다. 울진 서구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는 조선 숙종 5년(1680년) 때 시행된 봉산(封山·벌채를 금지한 산) 정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42년간 국가에서 보호하는 곳이다. 산림청은 이곳 3705㏊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국가가 산림에 있는 식물의 유전자와 종(種) 또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역을 관리하는 곳이다.

금강송 군락지에는 나이 200살, 지름 60㎝ 이상인 금강송 8만5000그루와 520살 보호수 두 그루, 350살 미인송 1000그루 등 다양한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소나무 중에서도 금강소나무는 금강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아래로 강원 강릉과 삼척, 경북 봉화와 울진 일대에서 자란다. 키가 크고 줄기는 곧고 단단해 옛날부터 궁궐과 사찰을 지을 때 사용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