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 막는 '방화선' 필요…"林道 대폭 늘리는데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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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문제' 산불 예방법은
자연·시설물에 한 해 농사까지
산불 한 번이면 막대한 피해
진화에 드는 비용도 매우 커
가장 빠른 진화법은 '임도' 확대
불에 강한 수종도 확산 막아
활엽수림 조성땐 산불강도 60%↓
자연·시설물에 한 해 농사까지
산불 한 번이면 막대한 피해
진화에 드는 비용도 매우 커
가장 빠른 진화법은 '임도' 확대
불에 강한 수종도 확산 막아
활엽수림 조성땐 산불강도 60%↓
지난 4~13일간 경북 울진, 강원 동해안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이 198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피해를 낸 것으로 기록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피해 면적은 총 2만4940㏊로 추정된다. 서울시 면적(6만520㏊)의 41.2%로, 이전 최대 산불인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을 넘어섰다. 9일간 이어진 울진 산불의 총진화 소요 시간(주불 진화 기준)은 213시간에 달한다. 경북 지역에 전국 소방 차량 등 장비 2599대와 총 6972명이 동원됐다.
세계적 대형 산불은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산림청이 전 지구 광역지수(44개)와 산불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엘리뇨-남방지수(ENSO)와 관련한 지수들이 우리나라 봄철 산불 발생 위험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엘리뇨가 발생하면 북쪽으로 서서히 기후변화를 보이면서 강수량이 평소보다 적어진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 현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산불위험지수가 뚜렷이 상승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2011~20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택 소실 등 피해 금액만 6758억9400만원에 달했다. 이 피해액에는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은 빠져 있어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하다. 이번 울진 산불도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 629만㏊ 중 소나무만 72억 그루로 추정된다. 정확한 피해 조사가 나와봐야겠지만, 조달청 가격 고시 기준으로 소나무 한 그루는 18만원에서 많게는 1650만원을 웃돈다. 언뜻 계산해도 소나무 피해액만 수백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산불 진화 인건비, 장비값, 산림 헬기 운항비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사람이 낸 불이 강풍을 타고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이라며 “산불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산불 진화를 위한 과학적 접근이 다양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났을 때 가장 빨리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임도(林道)를 통한 진화다. 산 주요 길목에 차 한 대 지나다닐 길을 내 산불 발생 시 차량과 인력을 투입해 효과적으로 산불을 통제할 수 있다. 임업 선진국들은 산불 진화에 임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당 임도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캐나다 12.8m 등으로 임도가 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현재 3.81m에 불과하다. 시민환경단체들이 산림을 훼손한다고 임도 개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크다. 산림청은 우선 2030년까지 5.5m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종을 갱신하는 것도 산불 확산을 막는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림 중 37%는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다. 소나무에는 송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테라핀’ 같은 정유 물질을 약 20% 이상 포함하고 있다. 불이 잘 붙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정유 물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대량의 열에너지가 발생하고 산불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
불에 강한 내화 수림(활엽수림)을 조성하면 산불 강도가 약 60%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산불 예방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숲해설가나 산림치유사들이 산불 예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대형 산불은 전 지구적 문제
대형 산불은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그리스, 러시아, 인도네시아, 칠레,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계절에 작은 불씨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져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공통점을 보인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5개 초대형 산불로 1884개의 시설물이 파괴됐고 8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800억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2019년 9월부터 다음해 초까지 발생한 호주 산불의 피해 면적은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3배에 해당하는 약 1900만㏊였다. 이 불로 10만 명의 이재민, 약 1만1330여 채의 시설물이 파괴됐다. 호주의 상징이라고 일컫는 캥거루, 코알라 등 최소 10억 마리의 동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세계적 대형 산불은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산림청이 전 지구 광역지수(44개)와 산불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엘리뇨-남방지수(ENSO)와 관련한 지수들이 우리나라 봄철 산불 발생 위험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엘리뇨가 발생하면 북쪽으로 서서히 기후변화를 보이면서 강수량이 평소보다 적어진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 현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산불위험지수가 뚜렷이 상승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무형의 경제적 피해 집계도 힘들어
산불은 임산물을 파괴해 지역 주민 소득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번 산불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울진, 영덕, 강원 삼척 등은 소나무가 많아 송이버섯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지난해 전국 송이버섯 채취량 10만2193㎏의 약 10%를 생산한 울진과 400여㏊의 산림 피해가 난 영덕이 올해 송이버섯 농사의 최대 피해지가 됐다.최근 10년(2011~20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택 소실 등 피해 금액만 6758억9400만원에 달했다. 이 피해액에는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은 빠져 있어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하다. 이번 울진 산불도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 629만㏊ 중 소나무만 72억 그루로 추정된다. 정확한 피해 조사가 나와봐야겠지만, 조달청 가격 고시 기준으로 소나무 한 그루는 18만원에서 많게는 1650만원을 웃돈다. 언뜻 계산해도 소나무 피해액만 수백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산불 진화 인건비, 장비값, 산림 헬기 운항비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임도 늘리고 산불교육 강화해야
산불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최근 10년(2012~2021년)간 낙뢰 등의 자연 현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건수는 연평균 4건에 그친다. 이 기간 매년 발생한 481건의 산불 중 336건 이상이 입산자·소각·담뱃불·성묘객 등 사람이 냈다. 특히 봄철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 탓도 있지만 겨우내 집을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이 등산하거나 또는 산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쓰레기 및 논·밭두렁을 소각하는 행위 때문이다.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사람이 낸 불이 강풍을 타고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이라며 “산불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산불 진화를 위한 과학적 접근이 다양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났을 때 가장 빨리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임도(林道)를 통한 진화다. 산 주요 길목에 차 한 대 지나다닐 길을 내 산불 발생 시 차량과 인력을 투입해 효과적으로 산불을 통제할 수 있다. 임업 선진국들은 산불 진화에 임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당 임도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캐나다 12.8m 등으로 임도가 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현재 3.81m에 불과하다. 시민환경단체들이 산림을 훼손한다고 임도 개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크다. 산림청은 우선 2030년까지 5.5m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종을 갱신하는 것도 산불 확산을 막는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림 중 37%는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이다. 소나무에는 송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테라핀’ 같은 정유 물질을 약 20% 이상 포함하고 있다. 불이 잘 붙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정유 물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대량의 열에너지가 발생하고 산불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
불에 강한 내화 수림(활엽수림)을 조성하면 산불 강도가 약 60%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산불 예방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숲해설가나 산림치유사들이 산불 예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