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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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2년물 국채 금리 간 차이를 의미하는 장·단기 금리차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장·단기 금리차 축소 국면에서 강세를 보였던 필수소비재, 정보기술(IT) 업종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10년 국채 금리-2년 국채 금리) 추이
미국 장·단기 금리차(10년 국채 금리-2년 국채 금리) 추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0.18%포인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컸던 2020년 3월 9일(0.16%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말(0.79%포인트)보다 0.61%포인트 낮고, 1년 전(1.59%포인트)과 비교하면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원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통화 긴축이 꼽힌다. 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단기 금리가 급등한 반면 경기 둔화 우려에 장기 금리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통상 단기금리는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장기금리는 물가와 경기 전망을 반영한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3·5·7년물 국채 금리 간에는 역전이 발생했다. 과거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고 1년 이내에 침체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신증권은 지금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과거 침체 시기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가 나타난 국면은 모두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였던 반면 지금은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3개월물 국채 금리 간 차이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3개월 국채 금리 간 차이는 작년 말 1.46%포인트에서 1.93%포인트까지 높아졌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10년 국채 금리-3개월 국채 금리) 추이
미국 장·단기 금리차(10년 국채 금리-3개월 국채 금리) 추이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5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에 나서면 3개월물 금리가 빠르게 치솟을 것”이라며 “6월 이후에는 10년-2년 장·단기 금리차와 10년-3개월 장·단기 금리차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장·단기 금리차 축소 국면에서 성과가 좋았던 업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필수소비재, 경기소비재, IT,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업종의 수익률이 높았다. 반면 소재, 유틸리티, 산업재, 에너지, 금융 업종의 수익률은 저조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 구간에서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고 필수소비재 같은 방어주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 국면에서는 가치주와 방어주의 성과가 좋았고, 금리 역전이 발생한 이후에는 낙폭이 컸던 성장주가 반등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실적이 탄탄하고 가격 전가력이 높은 성장주가 장·단기 금리차 역전 구간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삼성SDI, 클래시스, 쿠콘 등이 관심 종목으로 꼽혔다. 미국 주식 가운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스, 엔비디아 등도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