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눈치보기?…HSBC, 우크라 '전쟁' 표현을 '충돌'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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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가 고객 대상 보고서 등에서 우크라이나 '전쟁(war)'이라는 용어를 지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전쟁이란 표현 대신 '물리적 충돌(conflict)'처럼 강도 낮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HSBC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단어 등을 바꾸기 위해 여러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HSBC 내부에선 용어 변경을 두고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전쟁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정당방위를 위한 합당한 군사작전이라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HSBC 측은 러시아에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문제에 민감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UBC 등 주요 은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전쟁'을 명시하고 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러시아 시장 철수를 약속했다. HSBC는 서방국 제재조치에 따라 러시아 신규 사업을 확대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기존 러시아 사업 향방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HSBC의 러시아 자회사는 지난해 6월 기준 자산이 9억달러 정도로 크지 않은 편이다.
HSBC가 중국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이런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도 이번 사태를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HSBC는 세전이익 189억달러 중 46%를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올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