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8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192%를 기록했다. 2014년 6월 이후 7년8개월 만에 ‘3% 선’을 다시 넘어섰다. 작년 9월만 해도 연 1%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20개월 만에 끝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급격히 뛰기 시작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여전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전채 금리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 업황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여전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리스크가 여전채에 대한 수요 감소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전체 자금 조달의 70%가량을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카드업계가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식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채 의존 비율이 절대적이다. 여전채 발행 비용 증가분이 고스란히 카드론이나 할부금융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드론 금리가 당장 눈에 띌 정도로 뛰고 있진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1.84~14.94%로 전월(연 11.79~15.15%) 대비 하단은 0.05%포인트 올랐지만 상단은 0.21%포인트 낮아졌다. KB국민·현대·하나카드는 카드론 평균금리가 올랐지만 신한·삼성·롯데·우리카드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