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압박에 신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서 경북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한 포스코그룹이 이번엔 전라남도와 광양시로부터 본사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 소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라남도와 광양시는 이달 중순 포스코그룹에 포스코(사업회사) 포항 본사 이전을 포함한 5개 요구 사항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다. 요구 사항에는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 이전 △미래기술연구원 연구조직 절반 이전 △광양제철소 내 구매팀 신설 등이 담겼다.

전라남도와 광양시가 이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은 당초 서울에 자리잡을 예정이던 포스코홀딩스가 포항 지역사회와 정치권 압박에 포항으로 ‘유턴’ 결정을 내리면서다.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는 포항에 있다. 미래기술연구원 내 4개 연구소 중 절반인 2개(수소·저탄소에너지, 2차전지 소재)를 옮기라는 요구 역시 포항의 기능을 광양으로 분산하라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광양에 수소 복합 단지 건설 등 3년간 5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전라남도와 광양시 입장은 단호하다.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포항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이 포항을 중심으로 진행돼 지역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가 포항으로 이전 결정을 내린 것도 대선을 앞두고 지자체와 정치권이 합심해 요구한 결과”라며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포스코를 ‘표심 잡기용’ 아이템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선거철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국책은행 업무 여건 등 현실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방 이전 계획은 추진되지 못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금융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황정환/남정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