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바이젠셀 대표 "암세포 잘 잡는 T세포 치료제 내년 임상"
몸속 T세포와 자연살해(NK)세포는 암세포를 무찌르는 군대에 비유된다. 후천면역계에 속한 T세포가 암세포를 정조준하는 스나이퍼(저격수)라면 선천면역계에 있는 NK세포는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적군이 보이면 일단 공격을 퍼붓는 포병에 가깝다. 바이젠셀은 저격수 T세포와 포병 NK세포의 특성을 두루 갖춘 ‘감마델타 T세포’를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태규 바이젠셀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간암 등 고형암을 치료 분야(적응증)로 하는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VR-GDT)로 내년 하반기 국내외에 임상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감마델타 T세포는 일반 알파베타 T세포와 달리 배양 난도가 높아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 그만큼 ‘좁은 문’이다. 감마델타 T세포를 파고드는 바이오벤처는 국내 바이젠셀과 미국 에디셋바이오 정도다. 김 대표는 “활성도 높은 감마델타 T세포를 대량 배양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젠셀은 암세포를 정밀 표적해 공격하도록 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치료제도 일반 T세포가 아니라 감마델타 T세포(VR-CAR)로 시도한다. 감마델타 T세포는 면역 부작용이 없어 환자 자신(자가)이 아닌 건강한 사람의 세포(동종)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2025년 임상 진입이 목표다. 김 대표는 “CAR 치료제가 대부분 혈액암 중심으로 개발되지만 ‘CAR-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는 조직 침투력이 높아 고형암 타깃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반 T세포를 활용하는 파이프라인(후보물질)도 있다. NK·T세포 림프구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림프종 치료제(VT-EBV-N)가 임상 2상 중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허가를 받는 2024년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현지에서도 공동 개발과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NK·T세포 림프종 시장 규모는 5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중국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도 기대주다. 제대혈 줄기세포에서 뽑아낸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를 이용한다. 아토피는 체내 과도한 면역반응이 원인인데, 이를 억제해주는 원리다. 김 대표는 “내년 호주에서 임상 1·2a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