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10여 년 전 민주당과의 조직적 결합을 선언한 뒤 노동 분야 최고위원을 할당받는 주요 정치세력이다. 21대 국회에도 한국노총 출신이 9명이나 포진 중이다. 이들은 ‘노동존중실천의원단’을 구성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세계 최강의 반(反)시장적 입법을 밀어붙이는 전위대로 활약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노동이사제, 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노동계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전력이 걱정을 더한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번 만남이 혹여 정책과 표를 교환하는 정치적 타협의 장이 된다면 윤 당선인의 ‘시장경제 활성화’ 구호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다.
노조는 약자 단체이기 때문에 ‘선(善)’이라는 언더도그마적 사고가 만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 노사관계는 ‘기울어지다 못해 뒤집어진 운동장’이다. 양대 노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군림 중이다. 어설픈 선심이라도 써야 할 정도의 사회적 약자가 결코 아니다. 10% 남짓한 귀족노동자들이 주도하는 탓에 전체 근로자의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최근 사내 노조 수가 1개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비율이 3.02%포인트 급감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대선 직후부터 양대 노조는 정치투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민노총은 당선인과 위원장의 만남을 요구하며 국가 주도의 일자리 보장, 초국적 자본통제, 민중을 위한 확장 재정 같은 엉뚱한 요구를 쏟아냈다. 한·미동맹 해체, 공무원·교원 정치활동 허용 같은 정치투쟁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5년 거대 노조의 요구에 밀린 결과는 산업계의 극심한 혼란과 일자리 파괴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로또 정규직’만 양산했고, 최저임금 급속 인상은 사회적 약자들을 노동시장 바깥으로 내몰고 말았다. 잠재성장률은 0%대 추락을 앞두고 있다. 윤 당선인을 찍은 국민의 상당수가 거대 노조의 횡포에 신물을 낸다는 점을 인수위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