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배송·할인 출혈경쟁을 이어오던 e커머스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 쪽으로 운영 방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과 쓱닷컴이 최근 무료배송 기준을 상향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요금을 올리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출혈경쟁 더는 힘들어…e커머스 '무료배송 기준' 올린다
쓱닷컴은 배송비 부과 기준을 정상 판매가에서 할인적용가로 오는 31일 밤 12시부터 변경한다. 지금은 제품 판매가 기준으로 4만원어치 이상 사면 배송을 무료로 해주고, 4만원 미만은 3000원의 배송비를 받고 있다.

마감 세일 등으로 제품을 할인가에 사도 할인 전 가격 기준으로 배송비를 부과했다. 소비자가 4만원어치의 장을 보고 4000원을 할인받아 3만6000원을 결제하면 이전에는 무료로 배송됐다. 이 기준을 할인이 적용된 가격으로 바꾸면 앞으로 3000원의 배송비를 내야 한다.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과 롯데슈퍼프레시는 지난 22일 배송비 부과 기준을 할인적용가로 바꿨다. 롯데마트몰은 구매금액이 4만원 미만일 경우 배송비 3000원, 롯데프레시는 3만원 미만이면 배송비 2500원을 부과한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월 2900원이던 로켓와우 멤버십 비용을 지난해 말 신규 회원만 4990원으로 올렸고 현재 기존 와우회원에게도 오는 6월 요금을 동일하게 인상할 것을 순차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4만원 이상 무료배송’은 국내 최초의 새벽 배송 업체 마켓컬리가 도입한 정책이다. 신선식품 배송업계에서는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2018년 쿠팡은 로켓와우를 내놓으며 이 공식을 깼다. 와우회원 혜택인 로켓배송은 월 2900원만 내면 1000원짜리 상품도 다음날 무료로 보내줬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가격은 핵심 경쟁력이다. e커머스 관계자는 “공간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과 달리 소비자들은 여러 쇼핑몰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비교하며 최저가를 골라낸다”며 “가격이 싸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료배송은 할인쿠폰과 함께 결제금액을 낮추는 대표적인 마케팅이다. 지난해 쿠팡은 비회원에게도 한시적으로 무료배송을 해줬고, 마켓컬리는 신규 회원의 경우 1만5000원어치만 사도 무료배송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적자는 커졌다. ‘압도적 1위’가 없는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다. 쿠팡과 쓱닷컴, 마켓컬리와 롯데온은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적자 폭은 모두 확대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2020년(1163억원)의 약 두 배다. 쓱닷컴도 지난해 전년(469억원)의 두 배 이상인 10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