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 언제까지 치솟은 금리 무시할까
"1분기 말까지 이제 3거래일 남았다. 수많은 걱정거리와 커다란 변동성을 고려하면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4%도 떨어지지 않은 건 놀랄만한 일이다." 28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 거래를 끝날 무렵,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월가 대부분이 이에 동의합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팟캐스트에서 "달러와 금리, 원자재 가격과 인플레이션, 재정과 무역 정책, 세계화와 고립화 등 여러 측면에서 체제 변화(regime change)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엄청난 변화는 중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기존 방법을 고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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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시장에서는 혼란스러운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전날 밤 아시아 채권시장이 개장되자 금리 급등세가 재현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씨티그룹이 미국에서 내놓은 보고서(5~9월 네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인상)가 영향을 미친 겁니다. 여기에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미 중앙은행(Fed)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란 예상이 강해진 것도 금리를 자극했습니다. 미 국채 2~30년물까지 모두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찍었습니다. 2년물은 연 2.421%, 10년물 2.547%까지 치솟았습니다. 단기물 중심으로 금리 상승세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습니다. 5년물 금리는 한 때 2.66%까지 올라 30년물 금리 2.64%보다 높아졌습니다. 2006년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입니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2년/10년물 사이의 곡선은 아직 역전되지 않았지만, 그 차이, 스프레드는 13bp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초 92bp였던 게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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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뉴욕 채권시장의 거래가 시작되자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는 진정됐습니다. 결국 5년~3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1~2년물 등 단기물 금리는 큰 폭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Fed의 공격적 긴축 예상에 기준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물 위주로 투매가 나타나 금리가 치솟은 것입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2.5~2.75% 이상이 될 것이란 베팅이 70%를 넘었습니다. 이렇게 채권 시장은 연일 Fed의 공격적 긴축 예상에 연일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침체 예고 신호로 여겨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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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욕 증시는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치솟으면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약세를 보이는 게 통상적이지요. 그런데 최근 금리 폭등세 속에서도 주식은 반등했습니다. 채권 시장은 강력한 긴축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데, 주식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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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자산운용의 제이컵 마누키안 미국 투자 전략가는 이를 '당혹스러운 랠리'(Perplexing Rally)라고 부르면서 "주식 시장은 계속 랠리를 펼치고 있으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8거래일간 S&P500 지수가 8% 오른 이유로 세 가지 정도를 추정했는데요. 첫 번째는 랠리 전까지 투자자 심리가 너무 부정적이었다는 것, 두 번째는 주식 투자자들은 Fed가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것, 세 번째는 지난 3월 FOMC 결과가 더 나쁠 것(더 매파적)으로 봤는데 그보다는 괜찮았다는 것 등을 꼽았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 언제까지 치솟은 금리 무시할까
월가 관계자는 "증시가 언제까지 금리 상승을 무시할 수 있을지가 최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펀드 매니저 설문 조사를 보면 10년물 금리가 2.5%에 달하면 증시에서 채권 시장으로 돈이 빠져나갈 것이란 관측이 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2.5%까지 상승하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이날 채권 시장의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단기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수익률 곡선이 점점 더 우려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에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수익률 곡선은 역사적으로 침체를 먼저 알려주는 좋은 지표지만, 일반적으로 침체는 수익률 곡선 역전 전에 시작되지 않으며 증시는 역전 이후 1년 후 정점에 도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수익률 곡선의 모든 부분에서 침체 징후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3개월/10년물 스프레드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준 금리 인상이 시작될 때는 통상 약간의 시장 변동성이 동반되지만 이러한 초기 약점은 궁극적으로 흡수되고 시장은 더 높게 움직인다. 우리는 여전히 경기 침체를 기본 사례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수리쿠마르 글로벌전략의 코말 수리 쿠마르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나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일어난 일이 지금 상황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06년 말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지만 2007년 10월까지 주식은 계속 올랐다. 우리는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달(2007년 10월)에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었다(침체는 2007년 12월 시작됐음). 2008년 전반기 주식은 강세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경제 회복을 시사했지만 2008년 4분기 시장은 붕괴하였다. 높은 주가에 현혹되지 말라. 주가는 당신에게 좋은 신호를 주지 않는다. 경기 침체에 관한 한, 침체가 닥쳤을 때만 주식이 반응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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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치솟던 금리가 장기 금리 중심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0년물은 오후 5시께 전날보다 1.4bp 내린 2.465%에 거래됐습니다. 매수세가 약간 나타난 것이죠. 미 재무부가 실시한 50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입찰은 낙찰 금리가 2.365%로 결정되어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2.355%보다 높았지만, 51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2.543%로 시장 금리 2.553%보다 낮게 형성됐습니다. 내일은 47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입찰이 실시됩니다.

금리는 안정될까요? 아니면 추가로 오를까요? 추가 상승할 경우 증시도 뒤늦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이제 주식에서 ‘대안은 없다’(TINA)라는 말은 끝났다"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주식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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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샌들러는 27일자 보고서에서 금리가 더 오를 이유, 더 오르지 못할 이유가 각각 세 가지씩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더 오를 수 있는 이유로는 △유가 폭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Fed 위원들이 지속해서 매파적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주 몰려 있는 1480억 달러 규모의 2, 5, 7년 국채 발행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은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 △국채 시장에서 단기적 매도세가 지나쳤다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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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향후 장기 금리를 움직일 변수로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양적 긴축(QT)과 일본, 빌드백배터(BBB) 법안, 전쟁입니다.

① 공격적 QT 시작되나

제롬 파월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에 대해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QT를 통해 장기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논의된 QT 관련 사항은 4월 6일 공개될 회의록을 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Fed가 공격적 QT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증권 전략가는 "4월 6일 파월이 'QT에 대한 생각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한 회의록이 공개된다. 나는 이게 금리 인상보다 위험 자산에 더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QE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적완화(QE)는 그동안 자산 가격 상승을 지원했고, QT는 예상보다 자산 가격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추측한다. 나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예측이 일부 과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해 덜 걱정하지만, QT에 대해선 (특히 단기적으로) 더 우려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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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일본 투자자, 채권 매수 나서나

이날 국제 금융시장의 화제 중 하나는 엔화 약세였습니다. 세계적 긴축 움직임 속에 일본은행은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0.25%에 다가서자 일본은행은 두 번이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이 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자 엔화는 0.9% 하락해 달러당 약 123엔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베노믹스가 한창이던 2015년 12월 이후 6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지난 12거래일간 6%가량 하락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 보험사 연기금 등은 3월 결산이 많은데, 올해 들어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자 매도에 집중해왔다"라고 말했습니다. 회계연도 말 윈도 드레싱을 위해 채권을 팔아 이익을 확보하고 새로 사지 않아 왔다는 겁니다. 일본은 지난 1월 말 현재 1조3031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투자국입니다. 이들은 4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채권을 사기 시작할 겁니다. 금리가 많이 올라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일본 국채를 무제한 매입함으로써 일본 기관투자자들에게 실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에도 1~3월 금리가 급등한 뒤 4월 일본 투자자들이 돌아오자 안정세를 되찾기도 했습니다.

③ 작은 BBB 추진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5조8000억 달러(약 7100조 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2022 회계연도 6조100억 달러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팬데믹 이전( 2019년 4조4500억 달러, 2018년 4조1100억 달러)에 비해선 많이 늘어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원 조달을 위해 자산 1억 달러 이상을 가진 미국인에 대해 미실현 자본 이득을 포함한 소득에 20%의 최소 세율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이런 세금 신설이 작은 규모의 빌드백베터(Build Back Better Act) 법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BBB 법안은 이번 예산안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키를 쥔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은 최근 에너지, 기후변화, 처방약 가격 인하 등에 한정된 소규모 BBB 법안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악시오스, 3월 25일)됐습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색에 짙은 민주당이 작은 규모라도 통과시킨다면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④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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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오는 29일 터키에서 5차 평화회담을 열 예정입니다. 이를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더이상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denazified)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휴전 문서 초안에 초기 핵심 요구인 '탈나치화', '비무장화', '러시아어에 대한 보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신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과 EU 가입을 전제로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휴전에 대한 희망을 키웠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휴전이 이뤄진다면 금리가 쉽게 20bp 이상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화협상에 관여해온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 일부가 지난 3일 협상 직후 독극물 중독 증세를 겪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SJ은 모스크바의 강경파들이 회담을 방해하기 위해 공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썼습니다. 협상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아침 보합세로 출발했지만, FT 보도가 나온 뒤 상승세를 탔습니다. 다우는 0.27%, S&P500 지수는 0.71% 올랐고 나스닥은 1.31%나 올라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다시 주식 분할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테슬라가 8% 이상 치솟았습니다. 애플은 수요 부족으로 아이폰 SE 생산량을 다음 분기 20%가량 줄일 것이란 보도(일본경제신문}에도 0.5%가량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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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유가는 7% 떨어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5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달러 선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중국 상하이가 순환 봉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진 탓입니다. 변동성지수(VIX)는 지나 1월24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20이하로 떨어졌습니다.

S&P500 지수는 다시 기술적 저항선인 4600에 근접하는 4575선까지 올라왔습니다. JP모건의 니콜라스 파니지르트조글루 수석전략가는 주가 반등에 영향을 준 월말/분기 말 리밸런싱이 끝나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분기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 6, 채권 4 비중으로 자산을 운용해온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주식을 사고 채권을 파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해왔다는 겁니다. 그는 "연기금 등이 이미 2300억 달러의 자금을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겼고 이는 지난 2주 동안 주가를 지지하고 채권 가격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면서 "이제 남은 리밸런싱 물량은 많지 않다. 여기에서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주가는 좀 약해질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보면 크게 상승할만한 재료가 많지 않다"라면서 "앞으로는 주가가 기업 펀더멘털(이익)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1분기 어닝시즌이 3주가량 남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